북한 동포 지원을 위해 식량을 보내던 국수공장 사장이 아예 북한에 공장을 지어 직접 지원활동을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송학식품 성호정 회장(59). 경북 영천 출신인 성 회장은 40여년 동안 회사를 업계 선두로 이끌어 주위에서 '국수 왕'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성 회장의 북한 진출은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됐다. IMF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성 회장은 그해 회사가 정상화되자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처음에는 22㎏들이 밀가루 5천 포대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2003년부터는 기독교 지원단체인 '월드비전'과 함께 매일 북한 주민 6만5천여 명에게 하루 한끼 식사를 제공했다. 성 회장이 월드비전과 함께 밀가루를 인천과 중국 단둥에서 북한으로 보내면 현지 월드비전이 이를 북한내 6개 공장으로 분산시켜 각 지역의 동포들에게 지원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 같은 단순 지원은 성 회장의 성에 차지 않았다. 평양에 국수공장을 지어 직접 생산, 지원하게 됐다. 하지만 2차 북핵위기가 문제였다. 지난해 5월 공장을 만들어 생산하고 있지만 북측의 초청이 중단돼 현지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최근 북핵위기가 완화되면서 성 회장의 북한 진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성 회장은 "당초에는 추석 전(12일)에 북한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추석 이후로 미뤘다"면서 "처음에는 냉면과 떡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번에 들어가면 온면 등 다양한 밀가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진출하는 성 회장의 포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북한 현지에서 생산한 국수와 밀가루 제품을 해외 수출 단계까지 성사시키는 것이다. 성 회장은 "평양에서 생산한 제품을 현재 송학식품이 수출하고 있는 20여 개국에 수출할 생각"이라며 "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동포애가 남달라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면 서로 사주려고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성 회장의 이 같은 북한 지원사업은 자신의 40여년 사업 굴곡과 무관치 않다. 지금이야 국수업계 선두자리에 올라있지만 사업초기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지난 66년 부친의 사업실패로 야반도주해 서울 용산에서 생활할 때는 비좁은 단칸방과 거적대기 생활을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낡은 뻥튀기 기계로 과자를 만들어 팔았다. 그러던 중 뻥튀기 판매로는 더이상 발전이 없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부친이 예전에 했던 국수사업이었다.
하지만 생면부지의 서울에서 시작한 국수사업이 잘 될리 없었다. 69년 5대의 뻥튀기 기계를 팔아 국수기계를 하나 장만했지만 며칠 동안 하나도 못 팔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얼마 뒤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처음 만든 국수를 사준 밀가루 상회 사장(강 사장·이름은 모름)이 성 회장의 성실성과 신용 하나로 국수 원료인 밀가루를 전폭 지원해준 것이다. 이때부터 생산과 판매가 늘고 자고나면 기계가 한대씩 공장의 공간을 채워나갔다.
잠시 농산물 유통사업 쪽으로 방향을 틀어 외도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성 회장은 79년부터 업계에서 선두위치를 굳건히 할 정도로 최대 국수공장 사장이 됐다. 성 회장은 "북한에 대한 지원사업도 사업초기 나를 도와준 강 사장에 대한 보답 대신 하는 것"이라며 "평양 공장은 북한의 인력을 활용하고 식량난도 덜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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