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버 35(Forever 35)'
'촌놈' 장종훈(37.한화)이 감동의 '연습생 신화'를 뒤안길에 남기고 정든 그라운드에 작별을 고했다.
장종훈은 15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기아와의 홈경기에서 1만1천여 홈팬들의 따듯한 환호와 박수 갈채 속에 역대 최고로 꼽기에 모자람이 없는 성대한 은퇴경기와 은퇴식을 갖고 20년간의 현역 생활에 행복한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86년 청주 세광고 졸업 후 연습생 신분으로 빙그레 유니폼을 입은 장종훈은 1군에서 활동한 19시즌동안 총 1천949경에서 타율 0.282, 340홈런, 1천145타점의 위대한 족적을 올렸다.
특히 지난 90∼92년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의 금자탑을 쌓아 최고의 '홈런왕'으로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 법.
장종훈은 가는 세월과 함께 날씬했던 배에 살집이 잡히고, 매끈했던 얼굴에 주름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과 함께 방망이도 차츰 무뎌졌다.
급기야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밀려 지난 4월20일 2군으로 강등된 장종훈은 더이상 팀에 자신이 설자리가 없다고 판단, 6월15일 전격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더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팬들과 주변 선수들의 아쉬움에 찬 성화가 만만치 않았지만 장종훈의 결심은 확고했고, 곧바로 2군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비록 은퇴를 선언했지만 지난 7월 올스타전을 앞두고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배려로 특별 초청돼 '별들의 무대'에 마지막으로 섰고, 이날 자신을 아껴주던 홈팬들 앞에서 성대한 은퇴식까지 가졌으니 장종훈을 실로 행복한 남자라 부르지 않을 수 없을 터.
등번호 35번의 장종훈은 게다가 이날 은퇴식에서 최초로 200세이브를 달성한 김용수(41번, LG)와 '국보급 투수' 선동열(18번, 해태), 86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영신(54번, OB), 22연승 대기록의 주인공 박철순(21번, OB), '헐크' 이만수(22번, 삼성)에 이어 통산 6번째로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마지막인 이날 은퇴 경기에서 장종훈은 7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장해 2차례 타석에 들어섰다.
2회 1사 1루에서 맞이한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구 삼진으로 돌아선 장종훈은 4 회 무사 2,3루에서는 3루 땅볼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4회엔 기아가 흔들리는 선발 박정태를 정원으로 교체하며 장종훈에게 황금 찬스를 박탈해 아쉬움이 더욱 컸다.
장종훈이 타석에 들어서면 모두 기립해 '포에버 35'가 적힌 붉은 수건을 흔들며 열렬히 응원전을 펼친 홈팬에게나 장종훈에게나 탈꼴찌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기아를 은퇴 경기 상대로 만난 것이 불운이라면 불운이었다.
이어 5회가 끝나자 그라운드에 레드 카펫이 깔리며 본격적인 은퇴식이 거행됐다.
양팀 선수들과 관중의 따뜻한 환호와 박수 갈채 속에 가족과 함께 등장한 장종훈은 이 자리에서 지인 35인의 격려 사인볼로 제작된 대형 액자와 사진 500장으로 제작된 대형 기념 사진 및 구단에서 마련한 기념패 등을 전달받았다.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송진우, 정민철, 주장 이도형이 차례로 나와 얼싸안고 꽃다발을 전달하며 작별의 정을 나눴고, 양팀 감독도 꽃다발을 건네주며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장종훈을 축복했다.
가족의 영상 메시지 낭독이 있은 후 장종훈은 팬들 앞에서 은퇴사를 통해 "선수로서 서있는 모습은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야구인으로서, 지도자로서 다시 만날 날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에 슬프지만은 않다"면서 "후배 지도에 전력을 다해 그동안 아껴준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히기도.
이어 '장종훈 홈런존' 제막식 등의 행사가 이어진 뒤 눈시울이 붉어진 장종훈과 그의 가족은 붉은 색 스포츠카를 타고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의 환호에 답례한 뒤 대전 구장을 알록달록 수놓은 화려한 축포 속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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