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 제일 기분 좋은 날이야. 올 추석은 아무 걱정이 없어."
15일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 윤윤임(76) 할머니의 입가에는 하루 종일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55년간 살던 토담집을 헐고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기 때문.
윤 할머니의 집은 너무 낡아 흙담이 무너져 내리고 비만 오면 부엌이 물에 잠기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려운 형편에 수리는 엄두조차 못 내고 비닐로 겨우 비바람을 막는 시늉만 해 왔다. 올해 상주시의 집수리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사업비 200만 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윤 할머니에게는 따뜻한 이웃들이 있었다. 할머니의 토담집이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영식 화북면장은 아예 새 집을 지어주기로 하고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김종옥 상주시의원, 손세준 화북면개발자문위원장 등이 주축이 된 모금운동에는 지역 기관·단체장 13명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했고 경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도 힘을 보탰다.
이렇게 모인 성금 570만 원으로 꾸민 새 집은 6.3평 크기의 컨테이너형 주택. 방 1개와 거실, 샤워 시설이 있는 수세식 화장실, 보일러시설을 갖췄다. 주방에는 가스레인지까지 마련했다.
손세준 개발자문위원장은 "수리를 하기에는 집이 너무 낡아 신축기로 하고 지역 기관·단체장들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면서 "지역에서 어르신 공경의 참뜻을 실천한 것 같아 마음 뿌듯하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어렵게 사는 외딸(31)을 둔 윤 할머니는 올 추석 외손자들과 새집에서 불편 없이 명절을 보낼 것이란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그동안 비좁고 불편한 집 때문에 손자들에게 내내 미안했었어. 온 식구들이 다 웃으며 모일 수 있도록 도와 주신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이삿짐 정리를 도와주러 온 사람들의 손을 부여잡은 할머니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설명=지난 55년간 무너져 가는 낡은 집에서 불편하게 살아오던 윤윤임 할머니(맨 오른쪽)가 새집을 지어준 손세준 화북면 개발자문위원장, 김종옥 시의원, 이영식 면장(왼쪽부터) 등 도와준 사람들의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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