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도 '로미오'가 될 수 있다

많은 관객들은 막이 내린 극장 문을 나서며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저들처럼 무대에 서 보고 싶다." 하지만 막상 이를 실현하는 이는 드물다. 왜일까? 연극배우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보통 한 시간 30분 정도 되는 공연시간 동안에 긴박하게 토해내는, 그 긴 대사를 외우고 있는 것이 우선 신기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 하나 깜짝 않고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는 것이 놀랍다. 이렇게 접근하면 연극배우는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 답은 20년 넘게 연극 현장에 있었던 한 선배의 말에서 찾을 수가 있다. "연극은 특별한 사람이 해서 특별해지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이 연극을 함으로써 특별해 질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게 진실에 가장 가까운 설명이다.

흔히 인생은 연극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거꾸로 해석하면 이미 우리 모두는 연극배우라는 것이다. 만일 다른 점이 있다면 특수한 훈련과 노력이 결부되어서 무대라는 공간에 오른다는 사실이다.

우선 대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반복된 훈련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몸속에 녹아드는 것이다. 이것을 마치 수능 공부하듯 억지로 암기한다고 생각해보라. 자기 대사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의 것도 알아야 하는데, 그럼 대본 한권을 통째로 외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많은 관객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 이 또한 다양한 무대경험을 통해서 극복되는 것일 뿐이다. 아무리 간 큰 배우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긴장하지 않고 연기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오셀로'나 '햄릿'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바로 당신이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도전하려는 정신과 훈련을 견디어 내는 끈기, 그리고 세상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어느 날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멋진 의상을 입고 사랑을 노래하는 '로미오'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극작가 김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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