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시민 협조에 목 맨 대구시체육행정

"버스 3, 4대를 대절해 사람들을 대구월드컵경기장으로 모아 오랍니다. 돈은 알아서 책임지라는데요."

며칠 전 대구시의 한 체육인은 "오는 23일 열리는 2005대구국제육상대회 관중을 동원하기 위해 대구시가 무분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버스 대절 비용까지 부담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푸념했다.

대구시의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와 2005대구국제육상대회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하게 된다.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못한 채 밤늦게까지 대회준비에 여념이 없는 관계자들에겐 힘 빠지는 소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회 유치와 준비에 내실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해녕 대구시장과 시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세계대회 유치와 대구육상대회의 성공적 개최가 일사천리로 될 것도 같은데 지역민 대다수는 "인기없는 육상대회를 왜 하지"란 의문을 달고 있다.

어려운 살림살이로 인해 스포츠를 즐길 여유가 없다는 말도 있고 육상이 인기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무관심, 삼성 등 대기업체의 지원 외면도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큰 이유다. 지역 체육인들은 대구시가 월드컵 때 축구장 건설에 집중 투자한 것을 예로 들며 "이번에는 육상이냐"며 종목간의 균형 발전을 부르짖고 있다. 각종 사무실만 크고 화려하게 차려 놓았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대구시는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냉정한 진단 없이 세계육상선수권 유치에 뛰어든 대구시로서는 부산시가 2년간 개최한 후 폐기 처분한 부산국제육상대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지금 성공 개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사실 국제육상연맹(IAAF)과 정부, 대기업체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구시가 세계육상선수권을 유치할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려 하고 있다. 대구시가 관중을 동원해서라도 만원이 된 경기장을 세계 육상 관계자들과 전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육상 붐을 일으켜 대구를 육상 도시로 만들겠다는 대구시의 계획에 치밀함이 보이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시민들로부터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고 세계선수권 유치를 선언했고 어느 날 갑자기 국제육상대회를 열게 됐다고 알렸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관중 확보 방법은 적나라하다. 시민과 학생 각 3만 명, 서포터스 5천 명 등 6만5천 명의 관중을 확보한다며 지역 기관'단체'기업체에 공공연히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관 등의 힘을 빌려 사람들을 동원, 관중석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입장료가 없는 대회다. 게다가 세계적인 육상 스타들이 초청되고 인기 있는 연예인들도 대거 참가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관중을 동원해야 한다니 국제도시를 꿈꾸는 대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대회가 이래저래 못마땅하게 보일지라도 사정이 이렇다면 시민들 모두 발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한'일월드컵과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대구시민들이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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