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가 전국 50만 명대, 대구·경북 5만 명대로 떨어졌다. 원서 접수 마감 결과 전국에서 59만3천801명이 지원해 처음으로 60만 명 이하로 줄었다. 대구·경북의 경우 지난해보다 2천483명 줄어든 5만7천706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수능 원서 접수 결과는 지난해 처음 반영된 7차 교육과정으로 인한 혼란이 다소 줄어든 대신 제도적 허점을 노린 지원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선이 시급한 문제지만 수험생이나 예비 수험생 입장에선 알아둬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 낮아지는 경쟁률
대학 입학 정원과 수능 지원자를 비교해 산출하는 예상 경쟁률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대구·경북의 경우 수능 지원자 가운데 70%가 4년제 대학에 지원한다고 가정할 때의 경쟁률은 0.89대1이다. 산술적으로는 누구든 4년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경쟁률이 떨어진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대학, 학과의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유명 대학, 인기 학과의 경쟁률은 고공비행을 멈추지 않는다. 지방 대학이라도 취업에 유리하거나 자격증과 관련된 학과 등은 입학이 만만치 않다. 반면 비인기학과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져 이들 학과 재학생이나 신입생의 경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충원으로 인한 연구와 면학 분위기 저하, 대학측의 투자 감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학과가 없어지거나 통폐합될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결국 대학 문은 넓어졌지만 여러 개의 문 가운데 어느 쪽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불가피한 것이다.
▲ 재수생 비율 증가
수시모집 확대 등으로 인해 수능 지원자 가운데 재학생 비율은 지난해보다 더 줄었다. 재수생은 전체의 26.8%인 15만9천190명으로 지원자 수는 지난해보다 2천여 명 줄었으나 수능 지원자 점유율은 0.3%포인트 높아진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 역시 마찬가지다. 전년에 비해 1천 명 가까이 감소했지만 재학생의 감소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재수생 감소는 재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수시모집의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는데다 계속되는 경제난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재수할 필요가 있는 수험생, 즉 재학생들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수험생들이 재수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수능에서도 재수생은 대부분 상위권에 포진하며, 상위권 대학이나 인기 학과에는 재수생 합격자 비중이 높다. 이런 경향은 올해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고3 재학생들에게는 위협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 수리 나형 응시자 증가
수리 가형에서 치러야 하는 수학Ⅱ와 선택과목(미분과 적분, 이산수학, 확률과 통계 가운데 택1)을 피해 수리 나형으로 응시하는 수험생은 지난해보다 더욱 많아졌다. 대다수 대학이 수리 가, 나형에 관계없이 모든 학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다, 가산점이나 감산점을 주는 일부 대학이 있긴 하지만 수리 나형으로 응시할 때의 학습 부담 감소, 표준점수 이익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익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수험생은 수리 가·나형 응시자와 사회·과학탐구 응시자를 비교하면 쉽게 드러난다. 인문계형인 사회탐구 응시자는 34만6천515명인데 비해 수리 나형 선택자는 39만3천812명으로 5만 명 가까이 많다. 반대로 과학탐구 응시자에 비해 수리 가형 선택자는 7만 명 이상 적다. 이는 자연계 수험생 가운데 5만 명 정도는 수리 나형으로 응시해 교차지원하고, 나머지는 수리영역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에 지원할 예정이라는 뜻이다. 대구 지원자 가운데는 인문계열인 사회탐구 선택이 54.4%였으나 수리 나형을 선택한 수험생은 이보다 훨씬 많은 69.5%를 차지하고 있다.
▲ 공부만큼 전략도 중요
이번 수능 지원 경향은 수능시험에 대한 준비 못지않게 지원할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고 그에 맞춰 준비하는 입시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위권 수험생들에게 수시모집 지원이나 복수지원 활용 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더욱 절감해야 할 부분이다. 수능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거나 학생부 성적이 나쁘다고 그에 맞춰 적당히 대학에 진학하려는 태도는 곤란하다. 최근 입시는 '아는 만큼 길이 보인다'고 할 정도로 대학별 전형이 복잡하고, 수험생들의 정보는 부족한 형편이다. 이를 감안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학,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특기나 소질을 기를 수 있는 학과를 충분히 알아본 뒤 학교 선생님이나 입시기관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상담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예비 수험생이나 고교생들도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일찍부터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모색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얻는 이득이 생각 이상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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