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 관련 뉴스를 보면 "역시 서울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9월 들어서만 1학기 수시모집에서 강남 출신 합격생이 줄었다, 대통령이 강남 출신 서울대생 비율을 잘못 말했다, 서울대 입학생의 출신 고교가 다양해지고 있다 등의 뉴스가 신문과 방송을 휩쓸었다. 톱 뉴스에, 해설에, 칼럼에, 사설에, 가히 '서울대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하다.
왜 이럴까 하고 생각하는 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의 여론 주도층은 서울대에 들어간 사람과 들어가지 못한 사람이라는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할까. 이럴 땐 일단 서울대 중심주의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이 같은 뉴스와 판단들이 과연 얼마나 진실에 부합하는지, 사회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짚어보는 것이 현명한 태도다.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면 서울대를 예찬하는 사람이든, 비판하는 사람이든 한결같이 '입학'이라는 이슈에만 매달려 이전투구를 벌인다. 특목고 출신을 어떻게 뽑느냐, 시골 출신은 얼마나 입학하느냐, 논술이 평준화의 취지에 맞느냐 등을 따지는 데만 골몰한다. 누구도 서울대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를 뽑아 어떻게 가르치고 사회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는다.
이는 입학을 곧 졸업으로 여기게 하는 대학의 허술한 교육·평가 구조와 간판을 중시하는 관행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득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교 교육을 마쳐 보편적 사회인의 자질을 갖춘 학생들이 정작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인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할 때의 결과는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에 의한 차이로 치부해 버린다. 대학 졸업생들을 처음부터 새로 가르쳐야 한다는 기업들의 아우성은 단발성 기사로 묻히고 만다.
입학에만 치중된 편협한 여론 구조는 대학 구성원들의 무책임을 조장한다. 학맥과 인맥이라는 전근대적인 단어들이 횡행할 여지를 제공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대학들의 투입-산출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급선무다. 허황한 취업률 통계가 아니라 어떤 경로로 입학한 학생이 대학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사회에 어떤 형태로 진출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부터 내놓아야 한다. 서울대가 진정 우리나라의 중심 대학으로 인정받으려면 입학생들의 고교별 분포를 10년치나 분석하는 데 힘을 쓸 게 아니라 졸업생들의 10년치 사회 진출 현황부터 치밀하게 분석하고 발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이 먼저 눈과 귀를 활짝 열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역균형선발제'가 입학생의 다양화를 가져왔다는 서울대의 아전인수식 발표에 비판은커녕 받아쓰기조차 바빠서는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 특기자 전형을 더 늘리고 지역균형선발을 확대하겠다는 서울대의 계획에 박수만 쳐서는 눈곱만큼의 발전도 생각하기 힘들다. 서울대를 인정하는 건 그만큼 우수한 학생들을 입학시켜서 더 나은 인재로 길러냈다는 결과를 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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