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수험생들이 수시 2학기 후유증을 겪고 있다. 수시 지원을 한 학생은 구체적인 자료 없이 합격 가능한 대학과 학과를 고르는 데 진을 뺐다. 자기소개서나 수학계획서 같은 요식을 갖추느라 소모한 시간도 만만찮다. 스트레스는 수시에 지원하지 않은 학생도 마찬가지다. 주위 친구들이 마치 대학에 합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왜 내신이나 학생부 관리를 잘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들면서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중간·기말시험이 다가와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수시에 합격하면 반영되지 않는 시험이지만 합격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어 최선을 다해야 할지, 대충 넘기고 수능 공부를 하는 것이 나을지 갈등도 생긴다. 그러나 승부는 지금부터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하게 최종 목표인 수능시험에 초점을 맞추면서 학교 시험에 몰입해야 한다.
▶ 학교 시험에 최선을 다하라
이제 대부분의 고교 3학년생들은 2학기 중간·기말 시험을 치르게 된다. 그런데 수시모집에 지원한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2학기 시험에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수시모집은 1학기 성적까지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정시모집을 생각하는 수험생 가운데도 학생부 비중이 수시만큼 크지 않다고 소홀히 하는 경우가 흔히 보인다.
그러나 지금 치러지는 학교 시험에는 반드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험 범위가 수능 범위에 그대로 들어가는데다 교과서와 기본 개념을 중심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이를 정리하는 데는 학교 시험 공부가 무엇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이 결정된 마당에 2학기 시험의 비중이 뭐 그리 크겠냐고 생각하는 학생은 시험기간 동안 수능 대비도 제대로 못하고 학교 시험 성적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오히려 마음만 무거워지기 쉽다. 시간을 허송하지 않으려면 학교 시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험공부의 특성상 범위 안의 내용을 가장 집중력 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좋은 수능 대비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많은 수험생들이 2학기 학교 시험을 생산적으로 활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 바쁠수록 느긋하라
수능시험이 다가올수록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걱정하는 수험생이 많아진다. 며칠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점점 더 커진다. 이런 시간에 대한 불안감과 조급함이 수능 공부 최대의 적이 된다. 조급함은 무리한 계획을 만들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데서 오는 실망과 초조함은 집중을 방해해 공부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이럴 때 든든한 친구가 있다면 더없이 좋은 동지가 되지만 교실의 친구들은 장애로 작용하기 쉽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계속 잡담을 하거나 공부 외적인 것에 몰두해 모든 것을 잊고 싶은 마음은 고3 교실에 앉아 있는 모두의 심리다. 함께 떠들 때는 마음이 다소 편하지만 돌아서면 더 큰 걱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부터 시간이 갈수록 교실은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수 있는 학생들이 최후에 웃을 수 있다.
승부는 지금부터다. 수능 60여 일을 남겨 둔 지금은 마라톤으로 치면 35㎞ 정도의 지점에 와 있다. 최종 순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순위는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제 서서히 마지막 스퍼트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마음의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레이스를 망치게 된다. 무리한 욕심을 내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공부하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갑자기 무리를 하면 결승점까지 뛸 수가 없다. 시간이 없다고 벼락치기를 하면 얼마 못가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고 페이스를 늦춰도 정상적인 레이스는 힘들다.
입시전문가들은 일주일을 기준으로 4일 정도는 몰두해서 공부하고 이틀은 소강상태, 하루는 푹 쉬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일주일 내내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그만큼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잠도 줄여서는 안 된다. 건강과 학습의 효율성을 위해 하루 6시간 이상은 자야 한다.
▶ 문제 풀이 자세를 점검하라
이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실전문제 풀이를 중심으로 공부를 한다. 이때 문제풀이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무조건 많은 문제를 푼다고 실력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몇 권의 문제집을 풀었노라고 하는 자랑은 결코 수능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선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자세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바로 답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닥치면 누구나 당황하게 마련이지만 그 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떤 학생은 눈앞이 깜깜해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한 채 가슴만 답답해한다. 문제를 끝까지 꼼꼼하게 읽지도 않은 채 잠시 고민하다가 다음 문제로 넘어가 버리거나 조금 풀다가 답을 뒤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얼핏 봐서 모르는 문제라도 위축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잘 모를수록 문제를 되풀이해 읽으며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절망할 게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하고 말겠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문제풀이 과정에서 어떤 학생은 조금 생각하다가 답이 안 나오면 바로 해답과 해설을 보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능하면 한 회 분을 다 풀고 나서 정답을 맞춰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 개개 문제와 다른 문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답과 해설을 확인한 후 오답노트 정리를 해 두면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 크게 효과를 보게 된다. 또한 기본 개념이나 원리와 관계되는 내용은 끊임없이 교과서를 통해 다시 정리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시간 배분도 중요한 부분이다. 시험 시간은 끝나 가는데 아직 문제를 덜 푼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가령 사회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다섯 문제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참으로 답답할 것이다. A라는 학생은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담담하게 문제 풀이에 몰두한다. 이에 비해 B라는 학생은 안절부절못하며 연신 시계를 들여다본다. A의 경우 집중력을 잃지 않으니 문제의 난이도를 쉽게 판단할 수 있고, 쉬운 문제부터 해결해 결국 다섯 문제를 풀고도 시간이 남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B는 조급증에 빠져 문제를 대충 보고 어렵다고 판단해 다음 문제로 넘어가 버리거나 지문 읽기가 제대로 안 돼 엉뚱한 답을 고를 여지가 크다. 이 문제 저 문제 넘어 다니다가 한두 문제는 결국 손도 못댄 채 감으로 답을 찍고 말 수도 있다. 두 학생에게 5분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이 차이는 평소 문제풀이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경향을 파악한 뒤 조금씩 고쳐나가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 낙관적인 자세를 가져라
수능시험은 단판 승부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이 있고, 특별전형이나 특기자 전형 등이 있다고 하지만 현행 대학입시에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수능시험이다. 그 시험은 개개 수험생의 컨디션이나 준비 정도 등에 관계없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동일하게 치러진다. 그 결과에 따라 어느 대학에 지원 가능할지, 합격할지 가름난다. 결국 수능 당일의 단판 승부에 누가 얼마나 잘 맞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과거 수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을 상대로 조사해 보면 수능일에 몸 상태가 좋고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는 수험생의 경우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더 잘 나온다고 한다. 문제를 푸는 실력 못지않게 몸과 마음의 준비도 시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우선 수능 당일 신체적인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조금씩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구나 축구처럼 격렬하거나 오래달리기처럼 힘들여 하라는 것이 아니다. 10대 후반의 나이에는 특별히 허약한 체질이 아니라면 틈틈이 하는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정도로도 크게 효과를 볼 수 있다. 4시간 또는 5시간의 시험 동안 밀어닥치는 긴장감과 피로를 견딜 만한 체력이면 충분하다.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해 수능에서 평소 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심리적인 여유나 낙관적 자세는 마음먹는다고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수능 준비 과정에서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바탕이다. 성취감의 누적이 곧 자신감을 낳고 낙관적 자세로 이어진다. 수능시험이 임박할수록 매일 계획한 만큼 실천하고 하루를 만족하며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면 누구든 가능하다. 스스로에게 '잘 될 거야'라고 끊임없이 격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 EBS 교재를 정리하라
9월 모의평가에서 평가원은 일부 문항을 의도적으로 EBS 방송교재에서 그대로 출제했다. 사교육 경감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수능강의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교육인적자원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EBS 수능강의가 가장 성공한 사교육비 절감 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 속에는 올해 수능시험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험생 입장에서는 EBS만큼 골치 아픈 것도 없다. 방송을 듣자니 시간이 만만찮고, 풀어야 할 교재도 한두 권이 아니다. 다른 중요한 문제집이나 참고서, 교과서 정리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은데 그 많은 방송 교재를 훑으려니 엄두가 잘 나지 않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방송을 듣고 안 듣고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들을 필요가 없는 학생도 있고, 들어서 상당히 효과를 볼 수 있는 학생도 있다. 그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하더라도 방송 교재는 반드시 풀어봐야 한다. 방송 교재를 그저 자신을 짓누르는 감당 못할 짐으로 여길 게 아니라 이왕 문제집을 풀어야 한다면 방송 교재로 하겠다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도 2학기에 나온 파이널 테스트는 풀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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