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권 고려대 초빙교수는 오늘날 장애문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다른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편견이라 봤다. 따라서 정 교수는 선조 장애인의 삶을 통해 요즘 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올바른 인식을 통한 더불어 살기의 지혜를 전해 주는 방법을 택했다. 풍부한 일화와 시, 산수화, 풍속화 등의 삽화가 있어 이해가 쉽고 읽기에 딱딱하지 않아 좋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같은 정사류를 비롯해 야사, 판소리, 가면극, 야담집 등 폭넓은 자료를 살펴 전통사회 속 장애인들의 생활사를 그렸다. 정 교수가 쓴 책에 따르면 과거의 장애인이 오히려 오늘날보다 한층 활동적인 삶을 살았으며, 특히 조선시대의 장애인 복지정책은 오늘날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전통사회에서 장애인이란 단지 몸이 불편한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들은 일반인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생활을 했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하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독립된 삶을 살았다. 양반층의 경우는 과거를 보아 관직에 나가기도 했다. 학문과 문화, 회화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후세에 이름을 남긴 경우도 있었다. 척추 장애인이면서 세종대에 정승을 지냈던 문경공 허조와 17세기 대학자였던 조성기가 대표적이며 중종 때 권균은 간질을 앓았다고 한다. 조선후기 회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최북 또한 장애인 화가였다.
국가는 장애인에 대해 세금과 부역을 면제해 주는 한편 동서활인원, 제생원 등 구휼기관을 설치해 위기에 처한 장애인을 구제했다. 또 관현맹인제도를 두어 시각장애인에게 벼슬과 녹봉을 줌으로써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고, 세계최초의 장애인 단체인 명통시를 두어 장애인 우대정책을 펼쳐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 중·후기 완고한 유교사회, 즉 주자학 일변도의 사회로 바뀌면서 사정은 점차 달라졌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생활 수단이 되었던 점복과 독경이 유림의 비판·배척 대상이 되면서 사회활동은 축소되었으며, 이는 여타 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장애인들이 설자리를 잃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조선 후기로 갈수록 장애인의 사회적 지위가 하락하고 심지어 민중들 사이에서조차 장애인을 비하하고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게 됐다. 근세·현대로 넘어 오면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해져 오늘날 장애인은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다고 그는 쓰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570여 년 전 난계 박연이 세종에게 장애인의 처우 개선을 위해 강조한 말이다.
이인숙(대구 공공도서관 사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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