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그 읍에는 닷새마다 우시장 선다

아래장터엔 땅거미 일찍 지고

팔려가는 송아지와 팔려가지 못한 어미 소가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 끔벅인다

목울대에 덜컥 걸리는 서산 노을 붉다

장하빈(1957~ ) '어떤 별리'

지금은 거의 사라진 시골의 우시장 풍경입니다. 농부에게 소는 가축이 아니라 식구와 다름없지만, 내다 팔아야 자식 학비도 대고 빚도 갚을 수 있습니다. 땅거미가 지는 시골 장터, 우시장에 나왔다가 팔려가지 못한 어미 소가 팔려가는 송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을 끔벅이고 있습니다.

새끼와 생이별하는 어미의 심경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말 못하는 어미 소가 울음을 삼키는지 목울대가 크게 움직입니다. 바로 그 순간, '목울대에 덜컥' 서산 노을이 걸립니다. 말할 수 없는 어미 소의 슬픔에 멀리 서산 노을이 다가와 목울대에 붉게 걸리는 이 우주적인 코레스폰던스(조응)…!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지울 수 없는 영혼의 슬픔이 한순간 응어리로 뭉쳐서 '덜컥' 존재의 숨통을 막는 장면이 아닙니까? 바로 그러한 순간을 포착한 시인의 눈이 놀랍습니다.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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