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성매매

일본 신문에 이따금 '한국 에스테'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국호와 미용을 뜻하는 '에스테틱(esthetic)'을 조합한 단어로 '유사 성행위'를 일컫고 있어 국호 모독이 아니고 뭔가. 하지만 우리나라의 퇴폐 이발소'안마소를 빼다 박았고, 서비스 여성도 주로 한국인들이라 그런 이름이 생겼다니 얼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국호 모독을 반드시 씻어야겠지만, 우리부터 성매매 수요를 창출하는 왜곡된 성윤리를 바꾸는 게 먼저일 것 같다.

◇ 성매매가 떳떳하지 못한 건 지구촌 어디나 마찬가지이긴 하다. 미국에서는 성매매 행위를 하다가 들키면 가장 흔한 이름인 '존'이라고 가짜 이름을 둘러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성매수자들에게 성판매 여성이 직면한 폭력'학대'감금'약물 중독 등의 고통을 보여주는 '존 스쿨' 제도가 생기기도 했다. 이 제도는 유럽에까지 확산됐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뾰족한 방법이 없는 걸까.

◇ 오는 23일로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1주년이 된다. 하지만 집창촌 업주들과 성매매 여성들은 생존권 보장을 내세우며 반발하는 가운데 유사 성행위나 인터넷 성매매 등 숨어서 불을 켜는 '홍등'은 되레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니 기가 찬다. 특히 경찰에 검거된 사범 중 82%가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한 성매매로 드러났다.

◇ 경찰청은 어제 성매매 업소가 1천679곳에서 1천61개로, 여종업원 수는 5천567명에서 2천653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성과가 컸다. 그러나 6개월간 반짝 단속 이후 법 집행 의지가 약해지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음성적인 성매매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기도 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윤락 행위 방지법'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는지 모른다.

◇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 업주와 성매수 남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9'23 혁명'으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성매매 근절은커녕 '성매매 유비쿼터스' 현상을 부르고 있다면 그야말로 문제다. 성매매 종사자들이 대거 음지로 숨어들면서 더 은밀하게 언제 어디서든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경찰의 단속 의지와 함께 성문화를 바꾸는 의식 개혁 운동이 따라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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