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블루오션(Blue Ocean)을 찾아라

최근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사업가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전략 과목을 강의하고 있는 김위찬(W. Chan Kim)과 르네 마보안(Renee Mauborgne) 두 교수가 만들어낸 경영전략 용어이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으로 이익 창출이 어렵고 피로 물든 레드오션(Red Ocean)을 피해서, 경쟁이 거의 없는 사업영역으로 표현되는 블루오션(Blue Ocean)에서 대규모의 이익을 창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꿈만 같은 얘기로 들린다.

나는 최근 약 30년 만에 고향인 소도시에서 사업의 확장 기회가 있어 도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어릴 때 보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당시에 시골에서 장보러 나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비던 재래시장에는 손님이 거의 보이질 않고 시름에 찬 주인들만 보일 뿐이었다. 사무실이며 숙소에 사용할 집기들을 사기 위해 대형 할인점에 들렀다. 거기에는 계산대에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시골 소도시에서 유통시장의 변화가 엄청나게 일어났음을 실감하고 나는 그 원인을 분석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재래시장에 가지 않고 대형 할인점을 찾은 이유는 주차가 쉬운 점과, 한번에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어 시간 절감은 물론 가격 흥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이 바로 블루오션이었던 것이다.

사업분석과 투자에 관심이 많은 나는 그 회사가 상장이 되어 있어 매출과 순이익, 그리고 주가를 분석해보았다. 매출은 97년 1.6조 원에서 2004년에 6.5조 원으로 늘었고 순이익은 96억 원에서 3천360억 원으로 급증하였다. 주가는 지난 7년 동안 약 40배가 상승하였다. 그 회사가 10년 전에 백화점 사업에서 2등 회사로 지속가능한 이익창출이 어렵게 되자, 위기의 탈출 기회로 기존의 사업과는 사업 모델이 다른 대형할인점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적으로 블루오션을 찾은 것이다. 그곳의 대부분의 중소상인들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패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현재의 자유시장 경제 시스템하에서는 패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시장 참여자들인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원가, 비용, 가격, 품질, 서비스 등과 같은 경제적인 판단 요소에 의해서만 거래를 하게 된다.

현대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들 간의 경쟁의 결과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만들어 내었다. 더 싸게(Cheaper), 더 빨리(Faster), 더 좋은(Better) 제품을 시장에 공급한 회사는 살아남아 승자가 되었고 그렇지 못한 회사는 패자로 사라지게 되었다. 기술과 정보의 확산이 점점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언제, 어디에서 경쟁이 유발될지 모르는 긴장감이 기업들을 감싸고 있다. 더 싸게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로 기존의 원가 구조를 혁신적으로 낮추어야 하는데 그것은 생산성 향상과 대량 구매에 따른 협상력 강화로 가능하다. 더 빨리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신제품 개발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며 시장에 선두로 진출한 회사는 시장 선점자의 이점(First Mover Advantage)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함은 물론 기술을 표준화하여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좋은 제품을 내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개발은 물론 응용기술 확보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보면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 첨단 생산기술, 검증된 경영진의 구성 등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고 하겠다.

기업이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을 찾아내거나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사업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텔의 창업자이며 최고경영자였던 앤디 그로브는 자서전에서 책의 제목을 "편집증 환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표기하였다. 사업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의 집중도에서 환자수준에 비견될 만큼 몰입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블루오션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블루오션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김신섭 국제통신(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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