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첫 방영될 MBC 새 미니시리즈 '가을소나기'의 초반 대본에 식물인간이 된 아내(김소연)가 있는 집 안에서 남편(오지호)과 아내의 친구(정려원)가 정사를 나누는 신이 포함돼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사랑과 욕정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번민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깊이 있게 표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신이지만 '안방용'으로는 다소 부적합한 측면이 있는 만큼 제작진은 정사신의 수위 및 처리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정사신은 첫눈에 반한 남자를 친구에게 양보했으나 친구가 식물인간이 된 후 병간호로 힘들어하는 남자에게 자꾸만 빠져들게 되고,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사랑하지만 수년간 간호하면서 지쳐가던 남자가 점차 아내의 친구에게 이끌리다 급기야 식물인간인 아내가 있는 집에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사실상의 하이라이트 장면.
세 주인공의 심리와 캐릭터, 갈등 상황을 함축한 중요한 장면이라 생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 안방극장인 TV 매체의 특성을 감안해 구체적인 장면을 연출하지는 않되 느낌만 살리는 정도의 흑백의 이미지 컷으로 처리하자는 안이 유력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탐하는 장면을 흔들리는 흑백 화면으로 처리한 후 곧바로 이튿날 아침 두 사람이 한 침대 위에 누워 눈을 뜬 후 "우리 이래도 되는 거예요?"라는 대사를 내뱉는 정도로 처리하는 식.
그러나 제아무리 이미지 컷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식물인간인 아내가 있는 집 안에서 남편과 아내의 친구가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 자체가 도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누가 봐도 비도덕적인 상황에서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옹호론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리얼하고 절절한 내면 연기를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 세 주인공들이 갖는 연기에 대한 부담감과 심리적인 압박감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스포츠조선 정경희 기자 gumn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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