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늘어나는 '이혼 孤兒' 방관만 할 건가

이혼한 부모가 자식을 돌보지 않아 보호 시설에 맡겨지는 어린이, 이른바 '이혼 고아'가 매년 1천명가량이나 된다는 통계가 나와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말 못하는 미물도 제 새끼만큼은 헌신적으로 돌보는데 하물며 사람이 이혼 때문에 자식을 팽개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처음 실시한 부모 이혼에 따른 시설 보호 아동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 8월까지 부모 이혼으로 인한 복지 시설 보호 아동이 4천39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경기도 641명,서울 507명)이 가장 많으며, 대구도 323명으로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경제난과 양육 부담 등으로 자녀를 맡지 않으려하기 때문이다. 재판을 해서라도 자식을 찾으려던 과거와 크게 다른 풍속도다. 이혼 뒤 다른 가정에 맡기거나 친권 포기로 입양되는 경우도 많아 실제 '이혼 기아(棄兒)'는 이 보다 더 많을 것이다.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이혼은 해마다 기록이 경신될 만큼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만도 16만7천 건으로 2002년에 비해 15%나 늘어나 하루 458쌍꼴로 갈라선다. 이혼 당시 20세 미만 자녀를 둔 경우는 68.4%로 자녀 2명이 34.9%, 1명 28.6%, 3명 이상이 4.9%였다. 이혼으로 풍비박산난 가정의 자녀들 중 어린아이는 보호 시설에라도 맡겨지지만 일부는 가출 청소년이 돼 버리기도 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혼 고아'는 계속 늘 전망이다. 부모 이혼으로 이중 삼중 상처받는 아이들을 더 이상 우리 사회가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부부의 이혼은 가정 해체로만 끝나야지 가족 해체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이혼 가정 자녀들이 고아 아닌 고아가 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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