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수술합니다'는 한 마디로 예비군 동원 훈련에서 한 번 면제되던 시절이 있었다. 종전 후 베이비 붐 세대들이 왕성(?)하게 출산하던 때라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는 예비군 동원 훈련을 미끼(?)로 출산을 막아보려던 70~80년대의 추억이다. 2020년이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게 될 지경이고 보면 앞으로는 '(정관을)복원한다'고 해야 예비군 동원 훈련에서 빼줄 날이 불원간 닥쳐올 것 같다.
◇ 우리나라의 예비군은 37년 전인 1968년 4월1일 창설됐다. 휴전 후에도 이른바 '4대 군사 노선'으로 군사력을 증강시키면서 '적화' 망상에 사로잡혀 있던 북한이 공비를 침투시키고, 미 푸에블로호를 납치하는 위기감 속에 현역을 마친 역전의 용사들로 향토 예비군은 구성됐다.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며 건설한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예비군은 실제 울진'삼척 지구 공비 침투 사건과 같은 중요 작전에 투입, 각종 전과를 올렸으며, 평상시에는 수해나 산불 현장과 농촌 지원에 앞장섰다.
◇ 여성 예비군은 1975년, 경북 출신의 독립 투사로 해공 신익희 선생이 3'1 운동 후 조직한 '7인 결사대'의 홍일점이었던 남동순 여사가 국방을 남자들에게만 맡기지 말자며 130여 명으로 자발적으로 첫 창설했다. 몇 년 전, 서울 외곽인 우이동 시장 입구의 다 찌그러져가는 집에서 만난 남 여사의 여성 예비군 정신은 십여 년 뒤(1988년) 백령도와 대청도 여성들에게 이어져 서해를 지키는 애국심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창원'춘천'부산 등에서도 소대 규모의 여성 예비군이 고향 지키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 대대급 규모로는 22일 오후 3시에 창설 기념식을 가진 대구 육군 50사단 소속 '대구시 여성 예비군'이 전국 처음이다. 제식과 안보 훈련, 사격술까지 마친 주부와 단체 회원, 상인, 리포터 등 20∼60대 450명이 9개 소대로 구성됐다. 맹호부대원이었던 남편의 뜻을 이은 김희순(53) 씨, 자이툰에서 귀국한 아들의 뒤를 잇겠다는 김정순(69) 씨, 간호장교인 딸과 함께하려는 이필늠(55) 씨 모두 남성들이 피하려는 예비군을 자원했다.
◇ 국방부의 '2020 군 개혁'과 맞물려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예비군에 남동순 여전사의 정신을 이어받은 대구의 여성 후예들이 굳건히 지켜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최미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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