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퇴없는 제2의 인생 PC로 연다"…이헌복·김용수씨

인터넷동호회 만들어 봉사활동

"인터넷 세상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시작하는 '황혼의 청춘'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안동시 태화동 이헌복(72. 사진 위)씨.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뒤 바둑과 텃밭가꾸기로 소일을 하던 이씨는 2004년 2월 안동과학대학에서 전해준 한 장의 안내장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을 맞았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교육이 있다'는 것이 안내장의 요지. 솔직히 현직에 있을 때도 컴퓨터나 인터넷은 남의 일처럼 낯선 것이었지만, 원래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몸에 밴 천성인지라 머뭇거림없이 "한 번 해보지 뭐"로 첫 발을 내딛었다.

"10일에 걸쳐 컴퓨터와 인터넷 연수를 받았습니다. 23명의 연수 동기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 배워서는 기초도 확실히 모르니, 우리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 컴퓨터와 인터넷 공부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e편한안동실버넷61(http://club.eandong.net/silve61)' 동호인 홈페이지는 이렇게 탄생했다. '61'은 61세 이상 어르신들이 모였다는 의미다. 이헌복 씨가 회장을 맡은 'e편한안동실버넷61'은 안동시립도서관 사이버파크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매주 금요일 오전을 교육시간으로 정했다. 동호회 홈페이지는 매주 교육내용을 안내하고, 공지사항과 각종 자료 및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자료실, 회원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게시판 등으로 꾸몄다. 하지만 제2의 천성인 가르치는 습관은 남을 주지 못했다.

"홈페이지 만들기에 대한 회원들의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매주별로 교재의 줄거리를 정해 놓고, 모르는 것은 안동과학대학 강사들을 직접 찾아나니며 배워 해결했습니다. 처음 23명이던 회원은 이제 80여 명에 이르고, 안동시립도서관 사이버파크는 동호인들의 모임 장소일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정보화 교육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씨는 지금도 안동과학대학 정보화교육원의 청강생을 자처하고 있다. 가르치려면 남보다 더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알고 나면, 생활이 활기차고 풍요로워 집니다. 인터넷 쇼핑과 인터넷뱅킹 등 생활에 편리한 것이 한 둘 이 아니죠. 손자들과 e메일을 주고 받는 것도 솔솔한 재미입니다." 이씨는 풍요로운 노년생활을 널리 확산하기 위해 '정보화 전도사'로 나설 작정이다.

안동시 금곡동 김용수(69.사진 아래)씨는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전문가로 꼽힌다. 청송 및 영주교육청 학무과장과 안동 길주초교 교장을 역임하면서 익혀온 컴퓨터 실력을 요즘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길주초교는 교육부 지정 열린교육 정보통신분야 시범학교였다.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의 수련내용을 CD에 담아 수련생에게 나누어 주는 봉사활동을 2003년부터 매년 해오고 있다. 나모, 포토샵 프로그램과 동영상 삽입 등 CD 꾸미기는 물론, 수련원 홈페이지(http://dosansowon.com) 관리까지 도맡았다.

김씨는 "온라인을 통해 선비정신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뿌듯하다"면서 "퇴직교원들이 지닌 경륜과 인생 노하우를 인터넷을 통해 사회에 봉사해야겠다고 2002년 5월 '안동실버넷클럽'을 결성했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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