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공연기획사들이 무리하게 대규모 공연을 유치해놓고 준비소홀로 공연을 돌연 무산시키는 등 물의를 빚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공연계에 따르면, 24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첫 내한공연이 공연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돌연 취소됐다.
시온커뮤니케이션은 이 공연을 위해 설립된 신생 기획사다. 이 회사는 모리코네 측이 국내에 입국하기 전 지급하기로 했던 개런티 중도금도 아직 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실무 담당자는 공연준비 과정에서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모리코네 내한공연을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다른 공연기획사의 관계자는 "모리코네 측에서 개런티도 아직 못받은데다 공연준비 상황을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도저히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공연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당초 마케팅.홍보 등을 담당하는 주관사와 협찬사도 있었지만 공연 준비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들 주관.협찬사가 하나 둘 씩 발을 빼 기획사가 더욱 어려움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엠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가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동방신기, 윤도현밴드, god 등 국내 가수들이 무려 나흘에 걸쳐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협연하는 대규모 공연을 기획했다가 역시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무산시켜 버린 것.
이 역시 기획사의 무리한 공연기획과 준비부족에 따른 것으로, 출연가수들이 개런티를 받지 못해 무대에 설 수 없다고 통보하는 등 차질을 빚은 끝에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이 외에도 2003년 열린 야외오페라 '아이다', 지난해 잠실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처럼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애초부터 무리한 기획과 준비부족으로 제작.투자자들간 싸움이 벌어지거나 관객 항의가 잇따르는 등 불미스런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
이처럼 물의를 일으킨 기획사들의 공통점은 우선 공연계에서의 경력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신생회사들이라는 점. 또 공연이 하나 같이 이름값 있는 아티스트들을 내세운 대형 공연이라는 점이다.
최근 몇 년사이 국내 공연시장이 급격히 산업화되면서 시중의 투자자금이 공연계로 몰리고 있는데다, 기획자.투자자들이 타 업종보다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공연계에 쉽게 뛰어들면서 이 같은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한소영 과장은 "대규모 공연의 성공 사례가 한두 번씩 나타나면서 신생 기획사들이 자체 자금력도 없이 쉽게 공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정작 중요한 건 마케팅과 기획력인데, 이를 간과하고 무작정 뛰어들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에 따른 피해가 관객뿐 아니라 건실한 다른 기획사들에게까지 미친다는 점이다. 경력이 일천한 신생기획사들이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들과 접촉, 공연 유치에 성공하는 비결은 다름 아니라 개런티를 올리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야외 오페라에 출연했던 해외 유명 성악가가 "한국 기획사 관계자에게 농담으로 개런티 액수를 얘기했더니 진짜 주더라"며 놀라워했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공연계에 회자될 정도다.
터무니 없이 올라간 개런티는 결국 관객이 지불해야 하는 입장권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입장권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꾸 치솟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태가 반복될 경우 해외 공연계에 한국 공연시장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도 크게 실추될 수 있다는 것 역시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정재옥 대표는 "대부분 한탕을 노린 신생 기획사들이 쉽게 공연계에 뛰어들었다가 또 쉽게 발을 빼고 있다"며 "이로 인해 관객이 공연을 점점 멀리 하게 되고, 타 기획사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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