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는 데 남녀 구분은 필요없죠. 충~성."
22일 오후 육군 50사단 연병장(북구 능성동). 예비군복을 입은 여성 450명의 힘찬 경례 구호가 울려퍼졌다. 이들은 대구시 여성 예비군부대 합동 창설식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여성이 대부분인 가운데 20대의 백지아(28.동구 예비군 소대)씨가 끼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백씨는 어머니 이필늠(55)씨와 함께 군복을 입어 이 날 더욱 화제가 됐다.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만류로 진로를 바꿨어요. 어머니가 이번 예비군 모집에 자원하신다기에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백씨의 군복 차림새를 매만져주는 이씨는 한복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사회봉사에도 열심인 맹렬여성.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걱정돼 잠 못 이룬 적도 많았는데 막상 내가 군복을 입고 군 부대를 드나들어 보니 말로 듣던 것과 달리 분위기가 좋아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어요."
이날 창설된 여성 예비군부대의 최고령자는 김정순(69)씨. 남편이 30여 년간 군대에 몸담았고, 아들 채정훈(36) 대위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어 군인의 아내, 군인의 어머니로 반평생을 보낸 셈이다. "남편과 아들이 몸담은 군대에 나도 함께 하게 돼 가슴이 뿌듯하네요."
여성 예비군이 사열을 받는 동안 관객들 속에 황토빛 군복 차림의 채 대위가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다. 그는 지난 9일 7개 월 남짓한 자이툰 부대 근무를 마치고 휴가 중에 이 곳을 찾았다. "아직 건강하시고 군을 위해 봉사하시려는 생각이 굳으시니 잘 해내실 겁니다."
여성 예비군은 1989년 백령도와 대청도의 여성들이 조직한 것이 최초다. 대구는 11번 째로 조직한 것이지만 창설 규모로는 역대 최대. 2대 1의 경쟁을 뚫고 이 자리에 선 여성 예비군들은 유사시 급식 지원 등 전투근무 지원, 안보교육 관련 홍보, 환자 구호 등의 임무는 물론 재난재해 지원, 환경보존 등 사회봉사활동도 겸하게 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채정훈 대위와 어머니 김정순 씨, 이필늠 씨와 딸 백지아 씨(사진 왼쪽부터)가 22일 육군 50사단 연병장에서 열린 대구시 여성 예비군 부대 창설기념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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