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창업> 경매 컨설턴트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시대. 그렇다고 평생 직업조차 보장받기 힘들어진 세상이다. 때문에 최근 나이를 잊은 '새 직업 사냥꾼들'이 늘고 있다. 전망이 있다면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것.

이번주 취업면은 '경매 전문가'를 향해 뛰는 사람들을 만났다. 인테리어업을 하는 우정화(48)씨, 보험업을 하는 장영희(45·여)씨. 그들은 적성에만 맞다면 40, 50대에게 경매 전문가가 새로운 부(富) 창출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설비전문가의 변신

우정화 씨는 건물 설비 전문가다. 23년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3년 전 부동산 경매를 시작했다. 괜찮은 재테크 수단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파트 3채를 경매로 매입하는 방법을 통해 1건당 평균 3천500만∼4천만 원(세금 전 수입)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초보 치고는 짭짤한 것이었다고 우씨는 자평했다.

"설비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집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9년 전부터는 인테리어업도 겸하게 됐죠. 설비에다 인테리어까지 같이 하니까 어느날 경매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20년 넘게 이 업종에 있다보니까 저도 '집'을 보는 눈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결국 경매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서더군요."

그는 경매를 시작할 생각으로 대구지방법원에 처음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기를 업은 주부…. 경매장은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는 '삶의 현장'이었다.

"'내가 너무나 처지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야말로 활력을 느낀 것이죠."

우씨는 서점에서 산 책을 통해 경매의 첫걸음을 뗐다. 그리고 연습 삼아 법원 문턱을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첫번째 경매 물건을 성공적으로 낙찰받아 6개월 안에 되팔았다.

"경매를 할 때 주의할 점은 안전이 우선이라는 점이죠. 경매를 투기목적으로 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보증금으로 걸어놓은 돈을 모두 날릴 수 있다는 것이죠. 투자 차원에서 접근, 수익은 적게보더라도 위험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저는 한 번도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물건 주변 상권의 흐름을 파악할 것 △주변 지가 동향을 파악할 것 △단시간에 현금화 가능 여부 등 스스로 만들어놓은 잣대에 적합한 것만 골라 승부를 벌인다고 했다.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

"독학으로는 힘들 겁니다. 저도 독학으로 시작했지만 한계를 느껴 지난 봄 한국생산성본부가 마련한 경매 컨설턴트 과정을 들었습니다. 세법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이 경매에는 많거든요." 그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험설계사의 도전

장영희 씨는 보험대리점을 운영중이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경매에 도전했다. 아직은 초보. "최근 경북 경산쪽 원룸 한곳에 도전하려 했었는데 주변의 만류로 일단 접었습니다. 1년, 2년 안에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주변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더군요. 요즘은 이런 식으로 경매 전문가들을 쫓아다니며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장씨는 남편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친구들 가운데 실제 경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례를 발견하고는 이 길에 참여했다.

"저 역시 지난 봄 한국생산성본부의 경매 컨설턴트 과정을 들었습니다. 혼자서 경매 지식을 익히는 것은 역부족이었죠. 실전 공부도 도움이 됐지만 경매과정을 듣는 사람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고수(高手)들에게 한 수 배우는 것이죠."

그는 이 과정을 들으며 특별한 경력을 갖춘 사람들이 경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이 분야에 몰두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본업을 하면서 덤으로 말이다.

"여윳돈 1억 원을 갖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직 성공한 '물건'은 없지만요.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라 아무 물건이나 덜컥 손을 내밀지는 않습니다. 물어물어가며 안전한 투자를 할 예정입니다."

장씨는 1개의 직업에 안주하는 것보다 할 수 있다면 다른 응용영역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본업도 바쁘지만 틈나는 대로 경매 현장으로 뛰어다니며 눈을 넓히고 있다. 경매과정 문의= 한국생산성본부, 053)601-5164.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사진: 인테리어업을 하는 우정화씨(사진 오른쪽), 보험업을 하는 장영희씨는 본업 외에 '경매'를 통해 새로운 수확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실전 경험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의 도움을 빌려 공부를 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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