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농촌 빈집 채우기

'중용(中庸)'은 '참은 하늘의 길이요, 참을 행함은 사람의 길'(誠者天之道也 誠之者人之道也)이라고 가르친다. 시간'공간'인간 등 '삼간(三間)'이 만나 주체가 인간이 될 때 참을 행하게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우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적기를 택해 옥토에다 사람의 정성을 쏟는 '삼간'삼합의 이치'인 셈이다. 다만 인간은 '사람 사이(人間)'라는 뜻이 말해 주듯이,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원활한 관계(인화)에서 그 역할이 빛난다는 이야기다.

◇ 이같이 사람이 바로 희망이지만, 농촌 사람들은 끊임없이 떠나고 있다. '공동화'라는 말은 '텅 비는 현상'을 말하고, 가운데 구멍이 난 도넛 같다고 해서 '도넛 현상'으로도 일컬어진다. 중심부에 상주하는 사람이 적어 밤에 텅 비는 대도시와 달리 농촌은 도넛 현상뿐 아니라 '사람 부재 현상'까지 심각한 형편이다. 더구나 젊은이들은 거의 떠나버리고 없어 '돌잔치보다 초상집이 훨씬 많다'는 자학적인 말마저 화제에서 멀어지는 실정이다.

◇ 봉화군이 인구를 늘리기 위해 벌이고 있는 '농촌 빈집 별장화'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올해 2월부터 빈집을 사거나 빌려 석 달 이상 살 경우 수리비로 가구당 최고 250만 원까지 지원한 결과 귀농(歸農) 상담도 90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 6가구는 이미 입주했으며, 7가구는 이주를 위해 빈집을 수리 중이라니 반가운 일이다.

◇ 더구나 이들 13가구는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해 귀농 결심을 한 경우로 알려진다. 봉화 지역에는 현재 도시 이주와 이농 등에 따른 빈집이 900여 채나 되며, 이 가운데 160여 채는 조금만 수리하면 쓸 수 있는 집들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사업은 공동화돼 가는 농촌에 다소나마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에서 생계가 어려워진 서민들에게 새 삶의 터전을 제공할 수 있어 고무적이다.

◇ 농촌 살리기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생명 산업' '식량 주권' 부활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살려야 한다. '고향 공동체' 키우기도 그 한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출향 인사들의 몫도 보태져야만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명절에만 한두 번 얼굴 내밀다 죽으면 돌아오는 곳'이 그대로 황폐화될는지 모른다. 아무튼 봉화군에서 시동이 걸린 농촌 빈집 채우기 바람이 널리 퍼져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이태수 논설주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