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기좋고 물 맑은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올 봄 경기도서 봉화로 이주한 황선욱씨 부부

"결혼한 지 8년 동안 아기가 없던 아내가 이사 온 지 2개월 만에 임신했어요. 공기좋고 물 맑은 곳으로 이사를 온 것은 정말 잘한 일 같습니다."

지난 21일 봉화군 물야면 오전 1리 죽기 마을. 군청 공무원과 집주인, 목수 등 5, 6명이 모여 헌집을 새집으로 고치느라 분주하다. 후다닥 흙을 바르고, 싱크대 설치하고, 장판지, 벽도배까지 끝내자 금세 그림 같은 집이 만들어졌다.

지난 3월 경기도 안성시에서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죽기 마을로 이주, 정착한 황선욱(44)·손선희(34)씨 부부가 500만 원에 구입한 농막이다. 여기에 봉화군이 별장화사업으로 지원한 집수리비 250만 원이 들어갔다.

황씨의 집은 대지 150평에 건평 20여 평의 흙벽돌집으로 조그만 텃밭이 딸린 것이 고작이지만 황씨 부부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하다.

"늘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며 이주를 결정했지만 막상 살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황씨는 "경치 좋고 인심 좋은 봉화에 정착하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짧은 몇 개월 동안 일군 논·텃밭엔 잘 자란 상추와 무, 배추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고 뒷들 감나무엔 주렁주렁 감이 익어간다.

"첫 농사 치곤 잘 했지요. 밭 2천 평에 고추와 콩을 심었는데 벌써 고추는 700근을 땄어요. 콩은 아직 수확 못했고···." 황씨의 즐거움은 계속됐다. 안성에 살 때는 화물차 운전을 하며 다소 고단한 삶이었는데 이곳에서도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 안에서 사는 재미에 벌써 푹 빠진 듯했다.

더 큰 기쁨은 따로 있었다. 같이 작업을 돕던 박점자(44)씨는 "결혼 8년 동안 아이가 없었는데 이사 온 지 2개월 만에 임신해 벌써 4개월째예요. 내년 3월이면 정말 행복한 가정이 될 거예요"라며 거들었다.

황씨의 후견인으로 작업에 동참한 류동영(50) 봉화군청 경리담당은 "이사 온 뒤 밭 2천 평을 빌려 고추농사를 짓는 등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사는 부부"라며 "군에서 도울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봉화군이 지난 2월 귀농정책으로 추진한 농촌빈집(空家) 별장화 사업으로 이주해 온 정착민이다. 이 사업은 최근 홍보가 되면서 도시인들의 이주, 정착과 빈집 구입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군청 홈페이지는 "봉화에 가서 살고 싶습니다. 빈집 자료 부탁합니다"란 네티즌들의 문의 글과 전화 또는 직접 방문객이 하루 10여 건에 이르고 있다. 또 군은 이들을 돕기 위해 담당 공무원 후견인 26명을 지정, 주택구입에서 이전, 집수리, 농지구입 및 임대, 농지자격 취득, 편의시설(전기·수도)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김재호(59) 부군수는 "정착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소득원 발굴"이라며 "농촌 생활의 두려움을 해소 할 수 있도록 영농지도 등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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