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사이트(Insight)

한호림 지음/한국방송출판 펴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로 대한민국을 새로운 개념의 영어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한호림(전 인덕대학 시각디자인과 교수) 씨가 새 책 '인사이트(Insight)'를 한국방송출판에서 펴냈다.

캐나다 토론토 북쪽 근교인 리치먼드 힐에서 가족들과 살면서 저술과 촬영활동을 하고 있는 한씨는 북미에서 접한 서양문화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면서 서양문화의 단면을 이방인의 눈으로 재발견하고 있다.

때로는 그리스 로마신화와 연결시켜 서양문화의 근원을 탐구하기도 하고 미술전공자의 기질을 살려 서양의 일상을 미술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약국이나 병원 앞에는 상징적으로 막대기에 감긴 두 마리의 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왜 하필 징그러운 뱀일까. 고대 이집트의 다신교 아래서는 뱀을 약초를 발견하는 지혜가 있는 동물로 생각했다. 초기에 고대 이집트 문명을 수입한 그리스 역시 뱀의 상징성을 이어받았다. 그래서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 소장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우스의 조각에는 지팡이에 굵은 뱀이 감겨 있고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지금도 의료와 관련된 곳곳에서 뱀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또 북미의 주택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읽어내고 있다. 자신의 집을 모델로, 북미의 문화가 집약돼 있는 과학적인 주택구조를 설명하는 것.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는 방법이 창문 외에 달리 없는 우리나라 주택과 달리 캐나다의 주택에는 첨단 기계 통풍 장치와 중앙진공청소장치가 필수적으로 갖춰져 있어 훨씬 위생적이다. 또 건축할 때 방범장치를 필수적으로 만들어 두는 것도 특징이다.

요즘 국내에도 인기있는 전원주택 단지는 그저 북미의 주택 구조를 흉내만 내고 있는데, 정작 도입해야 하는 것은 북미 주택의 과학적인 구조와 편리함이라는 알맹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오죽하면 전원주택 난방이 제대로 안돼, 겨울이면 전기장판 한 장에 온 가족이 모여 살아야 하는 국내 한 사례를 소개했겠는가.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들여온 국내 주택문화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북미인들의 타고난 인테리어 감각도 소개하고 있다. 북미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배색. 실용적인 그들은 비싼 오리지널 그림에는 관심없고 값싼 프린트를 비싼 액자에 넣어 벽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북미인들에겐 실내 배색과 잘 맞는 모네 그림이 특히 인기가 많다. 고객이나 고흐같은 강렬한 프린트는 북미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다.

북미인들은 실용적이다. 인류 3대 발명품인 종이와 화약, 나침반은 중국인들이 발명했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그래서?'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 세 가지 발명품의 제조법은 외국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오랫동안 비전되어 오다가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으로 옮겨진 이후부터 비로소 빛을 보았다. 중국인들은 발명하는 데에 그쳤지만 유럽인들은 종이와 화약, 나침반으로 세계를 정복하는 힘으로 키웠다.

이런 진취성은 일상 속에서도 이어져, 끊임없는 연구와 발명이 일상화돼 있다. 북미 농가에서는 녹슨 농기계로 만든 멋진 편지함을 발견할 수 있고 미국 건축과 대학생들은 연 하나 만드는데도 수많은 스케치와 연구를 거듭한다. 결국 연이 날지 못하더라도 수업의 중요한 과정으로, 전혀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또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생활 속에 배인 독서 습관. 캠핑을 떠나건 차 안에서건 책을 읽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특히 도서관은 대출 시스템이 너무나 간단하고 사서들이 친절해, 저자가 "마치 왕궁같은 내 서고를 가지고 있고 그들이 무료로 관리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 정도다.

홍익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미술가 답게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고 곳곳에서 영어의 어원을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해, 북미인들의 생활을 다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