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성로 패션코드는 '개성'

대학 2학년인 전영은(21·여) 씨는 오늘 아침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골라 잡아(?) 스타일'을 택했다. 히피풍의 긴 목걸이에 어깨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민소매, 그 위로 헐렁한 파란색 반소매 티셔츠를 걸쳤다. 일본풍도 인도풍도 아닌 그만의 퓨전 스타일. 7부 바지에 까만 운동화까지 접목한 전씨는 "일본풍, 히피풍, 아프리칸·유러피안 스타일 등 정형화된 트렌드는 이제 옛말"이라며 "어느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게 젊은이들의 유행"이라 말했다.

하루 평균 10만 명의 유동인구가 운집한다는 대구의 중심 동성로에서 트렌드가 사라지고 있다. 일본 유행이 3개월 만에 한국 유행이 된다는 말도 이젠 옛날 이야기일 뿐. 연예인이 입고 나온 옷이라고 따라 입다가는 오히려 '촌스럽다'며 핀잔 듣기 십상이다. 어떻게 하면 톡톡 튀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느냐가 젊은이들의 화두로 등장했다. 비슷한 차림새 찾기가 오히려 힘들 정도.

때문에 의류점은 물론 액세서리 노점상들도 서로 다른 스타일의 목걸이, 귀고리, 모자, 발찌 등을 내걸고 손님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대구백화점 인근에서 여성 액세서리를 파는 한 상인(33)은 "요즘 손님들은 '이거 잘 나가요?'라고 묻는 대신 오히려 요즘 잘 안나가는 게 뭐냐고 묻는다"며 "물건을 떼올 때도 유행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대신 최대한 다양한 품목을 갖추려고 애쓴다"고 했다.

이런 동성로 젊은이들 사이에도 공통점은 있다. 굳이 트렌드를 찾으라면 '할인카드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온갖 할인카드를 활용해 남보다 싸게 즐기는 법을 찾는 것. 실제로 젊은이들 사이에는 할인카드 없이 쇼핑하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은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다.

대학 3학년인 백해현(22·남구 대명동) 씨는 "조조(이른 아침)할인 영화를 볼 때도 휴대전화 멤버십 카드, 신용카드, 가맹점 카드의 중복할인을 이용하면 500~1천 원이면 충분하다"며 "요즘 친구들 사이에선 '얼마나 싸게 노느냐'가 유행이라면 유행"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미용실, 비디오방, 노래방, 카페, 호프집, 의류매장, 액세서리점, 심지어 생과일주스 노점상까지 '가맹점카드'를 만들어 할인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동성로 거의 대부분 점포에는 '휴대전화 카드 20% 할인', '××백화점카드 10% 할인', '중고생 특별할인' 등 할인카드족을 유혹하는 현수막들이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 알뜰 쇼핑도 이제 유행보다 생활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자칭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신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구입해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신소비자군)'인 대학생 구본모(23) 씨는 '경매사이트'를 즐겨 찾으며 뜨는 물건을 미리 싼 값에 사고 필요 없는 것은 팔면서 쇼핑 알뜰족이 됐다. 구씨는 지난해 16만 원을 호가하는 청바지를 8만 원에 구입해 입고는 얼마전 9만 원에 되팔았을 정도. 구씨는 "뭔가 뜰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값 싸게 사서 이용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되파는 경매 사이트를 주로 이용한다"며 "어떻게 하면 남보다 일찍 색다른 유행을 찾아내느냐, 또 얼마나 싸게 즐기느냐가 요즘 최대 화두"라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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