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잡은 비상구

허공에다 문을 내다니...

"세상에 허공에다 비상구를 내놓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이게 합법이라니요"

23일 저녁 추락사고(본지 24일 4면보도)로 2명의 사상자를 낸 안동시 옥동 3층에 있는 ㄹ호프 주점. 이곳 비상구는 유도등에다 완강기까지 설치돼 있어 여느 곳과 같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서면 발디딜 곳 없는 허공이다. 8m 아래는 삐죽삐죽한 돌로 만들어 둔 어설픈 화단이 있어 내려다만 봐도 섬찟할 정도.

화재 등 위기 상황때를 대비해 만들어 둔 비상구가 오히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불안전 시설물로 둔갑한 셈이다. 이런 곳은 노래방과 PC방, 단란주점 등 도심 곳곳에 숨어있다.

안동시의 경우 옥동과 삼산동, 남문동 등 30여곳, 영주시와 봉화군의 다중이용시설 40여곳에 이러한 형태의 비상구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는 현행 소방법상 합법이다. 더구나 비상구를 잠궈 둘 경우 피난장애 혐의로 200만 원의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잠궈둘 수도 없다.

안동시청 직원 김시년(45)씨는 "일반적으로 비상구라고 하면 대부분의 그냥 문을 열고 걸어 나갈수 있도록 비상계단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비상계단이 있는 곳과 구분될 수 있도록 비상구 유도등을 '긴급 탈출구' 또는 "119 피난구' 등으로 다르게 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사진: 지난 23일 추락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안동시 옥동 ㄹ호프주점의 비상구. 밖은 8m높이의 허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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