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태조때 주민들이 예의 바르고 서로 사양하는 미풍이 있다고 해 예주(禮州)로 통했던 고장 영덕. 영덕은 태백산맥이 동남쪽으로 뻗어내리는 곳에 칠보산과 팔각산이 솟아있고 젖줄인 오십천에 병곡, 영해평야가 자리해 풍요와 넉넉한 인심의 고장으로 대표된다. 서울의 영덕 사람들도 이 같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향우회 행사때마다 수천 명씩 운집해 타 시군 향우회의 부러움을 사는 것을 보면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긴 한 모양이다.
영덕 출신 정계 인사로는 문태준(77) 전 보건사회부장관을 들 수 있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으로 7, 8, 9, 10대 4대에 걸쳐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재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김찬우(72) 전 의원은 불명예스럽게도 지난 지방선거때 청송군수 후보자에게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됐다가 최근 만기출소했다. 계성고와 경북의대를 나왔고 영덕제일병원이사장으로 11, 14,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현동(58) 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정치권의 대표적 인사로 꼽을 수 있다. 경북고와 서울대 불문과를 나온 뒤 육사와 서울대에서 강사를 지냈고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은 신선호 전 율산그룹회장과의 인연으로 관련회사에서 활동중이다.
재계에는 이용태(72)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화여대 교수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실장으로 재직하다 지난 80년 삼보컴퓨터를 창업, 우리나라 정보화의 선구자이자 전도사, 원조 벤처기업인으로 통한다. 일명 '삐삐'와 시티폰 회사인 한국데이터통신 초대 사장을 지냈고 초고속인터넷 업체인 두루넷도 세웠다. 하지만 지난 5월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사재까지 털어넣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황영기(53) 우리은행장은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을 겸하고 있는 금융계 리더다. 외국계 파리바은행, 영국 BTC은행을 거쳐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 투자사업본부장, 삼성투자신탁운용(주) 사장, 삼성증권(주) 사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3월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추천위가 황 행장을 회장으로 추천한 이유도 이 같은 삼성그룹 내 금융전문가라는 점이 반영됐다. 남중수(50) KT 사장은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와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체신부장관 비서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남 사장은 한국통신에서 잔뼈가 굵어 2000년 한국통신 IMT사업추진본부 본부장을 맡아 CEO로서 자질을 인정받았다. KTF 사장을 거쳐 올해 8월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은행장 출신으로는 박기진(75) 전 제일은행장, 박종대(72) 전 평화은행장이 있다. 박종대 전 행장은 대륜고와 고려대를 나온 뒤 57년 농업은행에 입행한 뒤 중소기업은행에 몸담아왔다. 이 밖에 박신일 신일종합건설회장, 박몽룡 화남건설 사장, 김병년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회장 등이 있다.
관계 인사 중에는 김지순(58)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이 서울고와 서울대를 나온 뒤 경북 월성·경주 군수, 점촌·영주·경주 시장, 경북도 기획관리실장, 행자부 자치행정국장, 민방위재난통제본부장을 역임했다. 남효채(53)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내년 경북도지사 출마를 검토중이다. 영덕중과 경북대사대부고를 나왔고 영양·군위군수, 상주시장, 구미·포항 부시장을 지냈다. 남정수(61) 전 감사원 교육원장도 영덕 출신이다.
학계 인사로는 김남수(80) 성남 낙생학원 이사장 겸 낙생고교장이 대표적 인사다. 재단법인 영덕장학회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영덕 출신 대학생들의 서울유학생활 지원을 위해 '영덕학사' 건립에 거액을 쾌척했다. 영덕군 서울향우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구사범학교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나온 뒤 감사원 국장, 대한제지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 밖에 김종성 방송통신대학장, 이성모 서울대 공대교수, 이홍식 서울대 국어과교수, 이송 중앙대 연극영화과 교수, 남병집 한국체육대 교수 등 박사급만 124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계 인사로는 포항MBC 사장을 지낸 박근학(60) MBC상임감사를 들 수 있다. 동아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MBC 기획실과 감사실을 거쳐 총무국장을 역임했다. 노동계의 이수호(56) 민주노총위원장도 영덕 출신이다. 경북 울진군 제동중학교 국어교사로 시작해 87년 전국교사협의회 사무처장을 맡으면서 교원노조활동을 시작했다. 서울교사협의회 회장, 전교조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다 지난 90년 투옥되기도 했다. 전교조 위원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민노총 4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대구 계성고와 영남대를 나왔다.
소비자협동조합운동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박재일(60) (사)한살림 회장도 고향이 영덕이다. 경북고와 서울대를 나와 가톨릭농민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86년 원주 소비자협동조합 결성을 시작으로 협동조합운동을 시작해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지냈다.
체육계에는 성남일화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신태용(35) 씨가 있다. 92년 성남일화에 입단해 팀의 K리그 우승을 6번이나 이끈 프로축구 스타 중 한 명이다. 영덕 출신 영화계 인사로는 이기원 영화감독 겸 아리랑 필름 대표가 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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