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장스님 열반 후 '殺身成仁서약' 잇따라

지난달 31일 전립선암과 폐기종으로 세상을 뜬 서성령(74) 씨. 그의 시신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이달 초 경북대 의과대학에 기증됐다.

서씨의 처제 장보현(50·여)씨는 "중학교 교장으로 퇴직하신 형부는 교육자로 최선을 다해 사셨는데도 사회에 보탬이 된 일이 없다며 평소부터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밝혀 오셨다"며 고인의 아름다운 뜻을 기렸다.

지난 11일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입적하면서 법구를 기증, 새삼 '시신 기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보수적 성향으로 이름난'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시신 기증이 늘고 있다.

경북대 의과대학의 경우, 올 들어 이달 말까지 시신기증 서약을 해 온 사람은 72명으로 지난해(50명)에 비해 50% 정도 늘었다. 기증된 시신은 의대생들의 해부·실습용으로 사용되는데 이곳에서 1년에 필요한 시신은 최소 10구다.

경북대 의과대학 행정실 이광옥 담당은 "올해는 16구를 사용했고 최근 시신 기증이 많아져 내년까지 필요한 시신은 충분히 확보된 상태"라며 "다음달 22일 유족, 의대 관계자 및 의대생 등이 모여 올해 사용한 시신에 대한 합동장례를 치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계명대 의과대학도 지난해 55명이 사후 시신을 기증키로 한 데 비해 올해는 현재까지 68명이 서약, 지난해 수치를 이미 넘어섰다. 영남대 의과대학 역시 올해 23명이 서약해 연말까지 갈 경우, 지난해(28명)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기증과 시신기증을 함께 받고 있는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대구·경북본부'의 시신 기증 등록자 수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84명의 시신기증 등록이 이뤄진 데 비해 올해는 이미 168명이 등록을 마친 것.

본부의 전낙철 사무국장은 "등록은 했으나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려면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의 의지 역시 중요하다"며 "예전에 비해 사회적으로 장기·시신기증 문제가 공론화돼 등록건수가 늘었지만 아직 부족한 수준이므로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대구·경북에 비해 전국의 시신기증 증가세는 훨씬 커 올 들어 8월 중순까지 등록받은 시신기증 서약자는 전국적으로 모두 1만2천457명이었다. 이는 지난해(3천752명)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것. 박은영 간사는 "공익광고 등을 통해 시신기증이 널리 홍보되면서 등록건수가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