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배구, 뒷걸음질 '심각'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 배구가 추락하고 있다.

뒷걸음질 현상은 남녀 모두에게서 나타나 더욱 심각하다.

남자 배구 대표팀은 26일 태국 수판부리에서 벌어진 제13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주장 장병철(54점)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뒷심 부족으로 중국에 2-3으로 덜미를 잡혀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로써 3연패를 노리던 대표팀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대표팀은 지난 23일 일본과의 8강 리그 첫 경기에서도 2-3으로 역전패를 당해 충격을 던진 바 있다.

한국은 지난 7월 벌어진 아시아최강전(챌린지컵) 1,2차 대회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완파하고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궈냈지만 정작 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번 대회에서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일본과 중국에 연달아 무릎을 꿇어 자존심을 구겼다.

실제로 세계 랭킹을 갖고 판단하더라도 한국은 11위로 일본(16위), 중국(18위)에 한 뼘 앞서 있다.

앞서 남자 대표팀은 지난 6월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2006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에서도 비록 편파 판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카자흐스탄의 신장과 파워에 밀리며 1-3으로 예기치 못한 패배를 당하기도.

올들어서만 아시아 국가에게 3번이나 덜미를 잡히며 이젠 아시아 '맹주'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기에도 쑥스러울 지경이 됐다.

지난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사상 첫 메달을 안기며 국민들을 감동시켰던 여자는 일찌감치 맹주 자리를 중국과 일본에 빼앗겼다 하더라도 이제는 아시아 3강에서조차 밀려나는 상황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자 대표팀은 이달 초 중국에서 벌어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예선과 준결승에서 일본에 모두 패하며 4위에 그친 반면 카자흐스탄이 2위를 꿰차며 새로운 강호로 부상했다.

어찌 보면 이런 결과는 일찌감치 예견된 일.

특히 남자의 경우 쟁쟁한 프로팀 감독들의 고사로 대표팀 감독 선임부터 진통을 겪은 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소속팀의 훈련 일정을 내세우며 늑장 합류해 손발을 맞출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대한배구협회 역시 예산 부족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상대국가의 전력 탐색을 소홀히 하며 고삐를 느슨히 한 사이 카자흐스탄, 이란, 인도 등 신흥 강호들이 성장을 거듭해 이제 아시아 배구는 바야흐로 다극화 시대로 돌입한 분위기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결과는 남녀 모두 세대 교체의 와중에 나온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남녀 대표팀 모두 프로배구 원년 리그가 끝난 직후 꾸려져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왕년의 인기에 비해 현재 너무나 침체된 배구 열기를 재점화하기 위해서는 국제 대회에서 라이벌들을 화끈하게 꺾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터.

협회와 프로구단들이 참패를 교훈 삼아 과감한 투자와 세대 교체, 스타 선수 발굴 등에 머리를 맞대고 배구 붐업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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