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현재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고등학교를 배정받는 중학교 3학년생과 학부모는 지금 괴롭다. 지역과 고교에 따른 학력 격차가 심한 현실을 고려할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유리할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8학년도 이후 대입 전형요강이 아직도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아 혼란을 더하고 있다.
예컨대 수성구에서 다소 성적이 낮은 학생은 좋은 내신을 받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싶은 유혹을 받고, 다른 지역에서 우수한 학생은 경쟁이 치열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수성구로 옮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현재 살고 있는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설령 옮길 생각이라고 해도 단순히 학교 간 학력 격차만 생각할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핵심은 2008학년도 이후 대입 전형요강과 학생 개인의 특성을 어떻게 잘 맞추느냐이다. 각 대학은 전형요소별 반영 비율이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일단 2008학년도 대입에서 주요한 전형요소는 9등급으로 표기되는 내신과 수능 그리고 논술·면접 등과 같은 대학별 고사이다. 여기서 가장 따져봐야 할 사항은 실질적인 내신 반영 비율이다.
◇ 학군 선택
▲ 절대적으로 유리한 곳은 없다
2008학년도 대입 개선안에서 원칙적으로 강조하는 것처럼 내신 성적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면 수성구로 옮길 경우 분명히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야 한다. 반대로 내신 실질 반영 비율이 현재와 같이 낮아진다면 정시에서는 내신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든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다.
현 상황에서는 내신 반영 비율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학군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발표된 2005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내신이 당락의 절대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지역균형선발에서 상위권이 두텁고 성적 경쟁이 치열한 수성구 고교들의 합격자는 매우 적었다. 그러나 수능과 대학별 고사가 결정적 요인이 되는 정시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의 합격자를 냈다.(본지 21일자 4면 보도)
내신 성적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수능과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는데 유리하다는 생각에 학군 이동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전반적으로 면학 분위기가 좋고 양질의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으면 학습 동기 유발이나 긴장감 유지 등의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 간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그 집단의 일반적인 흐름대로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학생의 특성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학군을 옮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굳이 학군을 옮기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우선 수성구로 이전을 생각할 때는 학생의 성적 변화 추이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학교 입학 이후 혹은 3학년 들어 성적이 점차 향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학생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때는 학군을 옮기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 중위권 또는 중상위권 정도의 학생이 뚜렷한 목표의식이나 별다른 대책도 없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곳으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학생들이 진학 가능한 대학들의 경우 대개 논술이나 면접의 반영 비율이 낮은 반면 내신 비중이 클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내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수성구의 중학생이 다른 학군으로, 또는 다른 지역의 학생이 대구 외의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우수한 집단의 중하위권 학생이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은 집단으로 옮긴다고 해도 무조건 최상위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질감이나 문화적 차이, 교우 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 같은 기준 아래 판단하되 쉽게 결정할 수 없을 때는 담임 선생님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 특목고 진학
새 대입 제도가 시행되면 특목고의 경우 현재보다 대학 진학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과학고에서 이공계열에, 외국어고에서 어문계열에 진학하는 경우는 오히려 지금보다 유리해진다. 동일계 특별전형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목고에서 의대와 법대에 진학하기는 현재보다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따라서 의대와 법대를 가기 위한 방편으로 특목고를 선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특목고 입시를 보면 과학고는 지원자가 늘어났고 외국어고는 지원자가 줄었다. 지금도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데다 과학고 출신이 특별전형을 통해 이공계에 진학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외국어고의 경우 지금은 어문계열보다는 의대나 법대 등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많다. 특히 외국어고에서 의대 진학은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결국 특목고는 동일계열에 진학하는 경우에는 유리해지고 그 외 모집 단위 진학 시에는 상당히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진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의학, 치의학, 법학, 약학 전문 대학원 체제를 염두에 두고 학부에서는 순수 학문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특목고 진학이 반드시 불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 특목고 입학 전형
교과 성적 위주의 선발 방식을 지양하고 경시 경연 대회 수상 실적을 반영하지 않도록 권장한다. 학생 기록물, 실기, 실험·실습, 구술·면접 등을 통해 다단계 전형을 실시한다. 외국어고는 구술·면접 때 수학 과학 위주의 수리형 문항 출제를 금지하고 있다.
▲ 특목고 교육과정
특목고는 교육과정을 현재처럼 총 이수 단위(192 단위)에서 10%를 늘려 편성할 수 있되 외국어고는 어문 교과, 과학고는 과학 관련 과목으로만 제한하고 특목고 취지에 맞지 않는 학과 설치나 별도 과정 개설을 금지한다. 외국어고에서 전공 외국어 이수 비율을 50% 이상 확대한다.
▲ 동일계 특별 전형
과학고는 이공계열, 외국어고는 어문계열로 진학할 경우 특별전형 제도를 도입한다. 이는 외국어고 학생이 어문계열로, 과학고 학생이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추면 1단계 서류 평가에서 입학 정원의 2, 3 배 이내에서 선발하는 제도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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