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옮겨 올 12개 공공기관들로 구성된 이전기관 협의회가 지난 23일 수성구로의 이전의사(본지 26일자 1면보도)를 공식적으로 밝히자 다른 구·군청이 '수성구로의 공공기관 이전은 균형발전 역행'이라며 일제히 반발, 이전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공공기관 이전은 '이전 기관을 위한 이전'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이전'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이전지 선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의 높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게 균형발전이냐?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시내 6개 구·군청(이전지 제안을 하지 않은 중구 제외)은 27일 "수성구로의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입장을 일제히 내놨다.
이훈 동구청장은 "공공기관 이전의 궁극적 취지가 지역의 균형발전인데, 수성구로의 이전은 본질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며, "대구시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혁신도시계획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조해녕 대구시장이 낙동강개발 프로젝트의 차원에서 달성 현풍을 혁신도시로 적극 밀어 공공기관 유치에 한껏 고무됐던 달성군도 '수성구 희망' 소식에 적잖게 충격을 받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달성군청 전재경 기획감사 담당은 "낙동강 지대로 발전방향을 맞추고 있는 대구시의 도시개발계획과 향후 대구시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수성구 공공기관 이전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봉덕동 현재 남구청사 등 3개 지역을 공공기관 유치 희망지로 내 놓은 남구청은 분산유치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대구시를 압박하고 있다.
이신학 남구청장은 "어려운 지역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공공기관들을 한곳에 묶기 위해 수천억 원을 들이는 신도시 건설은 말이 안 된다"며 "최근 늘고 있는 도심 지역의 빈 건물들을 활용해 분산배치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기관의사를 존중하라!
그러나 수성구는 대구 이전기관협의회가 최근 수성구 연호동과 대흥동 일대 36만 평으로 12개의 공공기관들을 집단이전하고 싶다며 대구시에 혁신도시 이전제안 신청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것.
김규택 수성구청장은 "이들 기관의 종사자들이 주거와 교육환경, 교통 등 모든 생활 여건을 감안해 수성구에서 입주하고 싶다고 희망한 것을 완전히 묵살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전이 확정되면 주택, 교육 등에 대한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 전했다.
또 이전 희망지역에 포함된 그린벨트 문제에 대해 김 구청장은 "수성구 연호동과 대흥동 일대 36만 평이 모두 그린벨트 지역이 아니라 14만 평은 조정가능 지역으로 돼 있기 때문에 향후 그린벨트조정 등의 조치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균형발전이 고려요소
이번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경북대 김윤상 교수(행정학)는 "공공기관 직원들을 위한 이전인지, 지역을 위한 이전인지에 대해 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정부가 내세운 본래의 취지만을 가지고 따졌을 때 대구의 경우는 수성구가 맞지 않고, 경북도 대도시보다 중소도시로의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구대 조순제 교수(도시행정학)는 "중추기능 담당 연구기관들은 도시의 중심지역에, 산업기관은 외곽의 산업단지와 연계할 수 있는 지역 등 각 기관들의 특성에 맞게 적지 적소에 분산배치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공공기관 이전은 도시 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를 고려해 이에 맞춰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급효과 극대화해야
한국가스공사 등 대구로 이전하는 12개 공공기관들이 수성구 이전을 희망한 데 대해 대구시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와 대구시는 "이전 공공기관들의 의사 표현일 뿐"이라며 매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대구시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장인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이전공공기관들이 수성구로 이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데 대해 26일 "공공기관들이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며 "입지선정의 '참고사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입지선정 기준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한 지역발전의 파급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곳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다.
대구시 역시 "12개 이전 공공기관들이 수성구 이전을 희망한다는 이전 제안서를 입지선정위에 제출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 공공기관 대구이전 기관협의회가 수성구를 이전희망지로 밝히자 다른 기초자치단체들이 '균형발전 역행'이라며 반발, 진통이 예상된다. 사진은 수성구가 공공기관 이전지로 제안서를 낸 연호·대흥동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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