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모론 '진흙탕'…"주 의원도 잘한 것 없어"

술자리 폭언 실체가 드러나면서 정치권, 검찰 모두 국민의 비난을 사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사건의 본질인 국감의원과 피감기관 간 술판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이 동을 재선거를 겨냥, 온갖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끝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윤리의식 부재와 정치싸움 때문에 희생양을 더욱 양산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27일 술자리 폭언의 실체가 대구지검 간부검사로 밝혀지자 국회의원직까지 내걸고 정치적 배후를 밝히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주 의원 역시 검찰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데다 욕설 등으로 일정부분 '가해자'라는 점에서 "역시 깨끗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음모론과 정치 공작을 하기에 앞서 피감기관과 술자리를 가지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주 의원이 욕설을 했고, 술판에 주 의원을 포함한 3명의 소속 의원이 자리했지만 이에 대한 사과는커녕 이 사건을 '10·26 동을 재선거를 앞둔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술자리 폭언은 사실과 다르게 철저하게 왜곡 날조됐다. 주 의원이 술집 여주인, 술자리를 목격한 이모씨 등과 통화한 녹취록에서 엄청난 외압이 작용했음을 학인했다"며 정지적 음모를 끝까지 밝히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한나라당 의원보다 많은 소속 의원 5명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구태는 감춘 채 한나라당의 정치 음모설 맞대응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검찰은 스스로를 폭언 실체로 인정, 한나라당과 주 의원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역시 국감의원과 피감기관의 술접대라는 잘못된 관행이 너무나 큰 파장을 불러왔다는 데에는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국정감사를 나온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과 피해야 할 술자리에 검사들을 끼워 놓고 술값 계산도 처음에는 검사가 하도록 방치한 것에서 이번 사건이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윤리의식 부재를 지적한다. 한 변호사는 "검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사위원들은 검사들이 합류하려 해도 만류하며 돌려보냈어야 했다"며 "말썽이 일자 뒤늦게 술값을 계산한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술자리 폭언과 관련, 법조계 안팎에서는 능력있는 검찰간부가 희생됐다는 견해도 있다. 대구지검 정선태 제1차장 검사는 사법·행정고시 양과에 합격했으며 내년 검사장 승진 유력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