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2호선 개통…"우린 어쩌죠?"

대구지하철 2호선 개통이 다음달 18일로 다가온 가운데 지하철 노선 확대로 역세권 노른자위에 오른 대구시내 일부 시외버스 정류장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호선이 통과하는 대구 수성구 만촌동 남부정류장의 경우 최근 주상복합아파트단지로의 변신을 향해 시동을 걸었고 나머지 정류장 역시 시외버스 승객수 감소에 따라 '더 이상 시외버스 정류장으로서의 생명연장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변모를 시도하는 등 지하철 개통영향이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번지고 있다.

◇개발 이뤄지나?

지난 15일 남부정류장 소유주인 동서개발은 남부시외버스정류장 부지를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우방과 공동 개발사업 약정서를 체결했다. 동서개발과 우방 측은 정류장 이전추진과 함께 현 부지(일반상업지역)에 26~30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을 추진한다는 방침. 현재 계획대로라면 이 건물에는 370가구가 입주하고 상가도 들어서게 된다.

우방 김형균 사업팀장은 "자체적으로 남부정류장 부지에 대한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사업이득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하지만 정류장 부지에 대한 주상복합 건설과 정류장 이전 등은 대구시 도시계획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할 사항이어서 앞으로 대구시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명대 김기혁 교수(교통공학과)는 "시내 시외버스정류장을 계속 방치할 경우 도심 개발 저해와 주변의 교통상황 악화 등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며 "외국처럼 정류장 기능을 겸한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활용하는 방안이 좋은 대안인 것 같다"고 제안했다.

◇정류장 가치는 얼마?

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이 가장 군침을 흘리는 곳은 남부정류장. 달구벌 대로에 위치한 대구의 관문인 남부정류장은 3천69평(1만146㎡)의 부지면적에다 최근 지하철 2호선 개통을 앞두고 있는 등 교통·교육·생활여건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요지로 손꼽히고 있다.

남부정류장의 공시지가는 평당 717만3천 원. 하지만 최근 주변에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의 실제 거래가는 평당 1천만 원을 넘어섰다. 동국감정평가법인 서경규 소장은 "남부정류장은 수성구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땅으로 손꼽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며 "지하철 2호선 개통 등 모든 주위 여건을 고려해 봤을 때 평당 1천200만 원은 충분히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구 남구 대명11동에 있는 서부정류장도 지하철 1호선 역세권의 가치 상승으로 인해 몸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한 감정평가사는 "모두 2천407평(7천957㎡)인 이곳의 공시지가는 평당 396만 원에 불과하지만, 개발이 될 경우 실제 거래가는 평당 900만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하철의 직접 역세권이 아닌 동구 신천동의 동부정류장(4천461평)과 서구 비산7동의 북부정류장(7천547평)의 공시지가가 각각 평당 340만 원, 168만3천 원인 것과 비교해 보면 지하철역세권 정류장의 땅값이 많이 비싼 것을 알 수 있다. 동부나 북부정류장은 넓은 부지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되더라도 실제 거래가는 평당 400만 원 정도로 사업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사들은 보고 있다.

◇향후 어떻게 될까?

대구시는 시외버스 정류장의 이전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백억 원이 들 정류장 이전비도 문제지만 최근 이용객 감소로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 개발 사업자 선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

대구시 이정동 교통시설 담당은 "지난 1997년 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북부시외버스정류장을 북구 태전동으로, 서부정류장은 달성군 화원으로 옮기고 동부와 남부정류장은 하나로 통합해 북구 검단동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이 계획안이 백지화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부정류장 이전 대상지였던 달성군 화원읍 명곡리 1만1천800평 경우 최근 택지로 전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땅 소유주인 주택공사가 해당 부지를 올 연말까지 서부 정류장이나 대구시가 매입하지 않을 경우 주차장에서 택지로 용도를 변경,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

서부정류장 이상권 부장은 "매년 이용객이 감소해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류장 운영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동부와 북부 시외버스정류장의 사정은 더 어렵다. 부지는 넓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살 만한 위치가 아닌 탓인지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돼 관심이 낮기 때문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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