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최인규(32·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요즘 신혼 재미를 느낄 겨를이 없다. 지난 10일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파트 전세는커녕 매물조차 없어 2주가 넘도록 부인과 생이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아파트를 원하는 아내의 소원대로 벌써 한 달째 대구시내 아파트 단지의 부동산 중개소는 모두 전전하고 있지만 하늘의 별 따기네요. 그렇다고 제 형편에 월세를 얻을 수는 없고…. 참 막막합니다."
8·31부동산종합대책 이후 대구시내 부동산 시장에 아파트 전세와 매매물량이 자취를 감추면서 결혼시즌을 맞이한 신혼부부들이 때아닌 '신혼방 구하기 전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아파트 소유자들이 1가구 2주택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전세보다는 매도를, 매도가 안 되면 월세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매의 경우 부동산종합대책 이후 가격 하락 심리가 커지면서 '싸게는 팔 수 없다'는 매도자들이 '세금 보전' 차원에서 월세로 갈아타고 있는 것.
신혼의 단꿈을 빼앗길 위기에 몰린 예비 신혼부부들은 "정부가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우리만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음달 9일 결혼날짜를 받아놓은 정진수(29·대구 달서구 대곡동) 씨는 아예 결혼식을 미룰 작정이다. 정씨는 "양가 집안에 청첩장까지 모두 보낸 상황이지만 집 없이 살 수는 없지 않으냐"며 "대구시내가 안 된다면 경산, 칠곡 등으로 나가 아파트를 구해 볼 생각"이라고 허탈해 했다.
회사원 조진범(30·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도 "매물이 나오면 바로 연락해달라고 명함을 뿌린 부동산중개소만 벌써 100곳이 넘는다"며 "정부가 다주택 소유자들과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내린 철퇴를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비난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 품귀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부동산컨설팅' 김재식 감사는 "올 연말까지 재건축과 재개발 붐이 여전한데다 8·31정책까지 가세함으로써 대규모 신규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내년 봄까지는 전세난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 내다봤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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