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강조했던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 작업이 본격화될 움직임이다. 그 대상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인 72~87년 사이에 내려진 수만 건의 시국'공안 사건 재판이라고 한다.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이다. 문제는 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확고한 방안부터 마련하지 않으면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원칙적으로 판사의 판결에 대한 오류 여부는 재심을 통해서만 바로잡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줄잡아 수만 건이나 되는 재판 기록을 검토하는 것만도 물리적으로 벅찬 현실이다. 더더욱 판사의 판결에 대한 오류 여부를 최종적으로 누가 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야말로 해법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대법원이 이 문제를 해결할 묘책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긴급 조치' 사건의 경우 설사 그게 악법이라 해도 그 재판을 담당한 판사는 그 법령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게 법 현실이다. 물론 '외압'을 뿌리치고 법복을 벗어던진 용기 있는 판사들도 있었을 게다. 하지만 대개는 침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게 '암울한 그 시대의 법조 현실'이었음도 간과할 게 아니다. 이런 상황을 지금의 잣대로 재단한다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솔직히 회의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결국 문제의 재판에 관여했던 고위직 법관들은 법복을 벗을 수밖에 없다. 어떤 법관들에게는 단 한 건의 시국 사건을 맡은 대가치곤 너무나 가혹할 수도 있다. 그 옥석(玉石) 구분도 첨예한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또 다른 데 있다. 이 같은 '인적 청산'을 감행하면, 가뜩이나 술렁거리는 법조계에 판사들의 사직 사태가 이어지는 '사법 파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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