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숨 쉬며 사는 이승과 저승의 거리는 얼마쯤일까. 분명한 것은 한 번 떠난 사람이 결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그 누구도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이다. 그런데도 자신에게만은 죽음이란 것이 너무나 멀리 있고, 어쩌면 오지 않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또한 우리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에 대한 무조건적 애착 때문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처럼 아무리 현실이 힘겨워도 죽는 것보단 낫다는 말이다.
◇ 그 간고한 일제 치하도 견뎌냈고,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우리였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도 부지런히 일했고, 주경야독을 하면서 내일의 꿈을 키웠다. 그런 악착 같은 근성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다. '라인강의 기적'이니 뭐니 하지만 폐허에서 맨손으로 일궈낸 '한강의 기적'이야말로 진정한 기적이다.
◇ 입에 풀칠조차 힘들던 시절에도 희망의 씨앗을 키우던 우리였다. 그런데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 무역 대국을 자랑하게 된 지금, 스스로 '내일'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그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가 되고 말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자는 1만1천523명, 인구 10만 명당 24.2명꼴이다. 헝가리 22.6명, 일본 18.7명, 핀란드 18.4명 순이다.
◇ 우리나라는 이미 2003년에 자살자가 인구 10만 명당 24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사실상 최고 기록이었다. 1996년만 해도 14명 수준이던 것이 IMF위기 당시 19.9명으로 증가, 이후 잠시 주춤하더니 2001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제난과 이성 문제'부부 갈등 등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데다 고령화 사회로 인해 질병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노인층 자살자가 많아진 탓도 있다.
◇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던 푸슈킨의 시구처럼 현실이 밉고 억울하고 분하더라도 생각을 좀 바꿀 수는 없었나 싶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 냉랭한 사회에 희생당한 '사회적 타살'의 경우일 것이다. 한낱 개미도 생(生)을 탐한다 했거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저버리는데도 우리는 그저 손을 놓고만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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