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딜레이 美공화당 원내대표 기소

선거운동자금 모금 의혹 관련…워싱턴 정가 '풍파'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톰 딜레이(58) 의원이 28일(현지시간) 텍사스 대배심으로부터 선거운동자금 모금 의혹과 관련, 기소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공화당 내 2인자인 딜레이 원내대표는 지난 2002년 텍사스 주의회 선거 때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키 위해 자신이 설립한 정치행동위원회에 기부된 기업 헌금을 불법적으로 배분한 혐의를 받아왔으며, 이날 2명의 측근들과 함께 형사상 공모 혐의로 공식 기소됐다.

형사상 공모 혐의는 단기 6개월에서 장기 2년형을 선고받거나 최대 1만 달러의 벌금을 받게 된다. 하원 원내 다수당 대표가 범죄혐의로 기소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이 막강한 미 하원 세입위원회의 민주당 중진 윌리엄제퍼슨 의원의 비리혐의에 대해 1년 가까이 도청 등 비밀조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터져나온 이번 기소건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민주 양당 간 치열한 기싸움의 성격이 강해 워싱턴 정가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기소로 인해 딜레이 의원은 공화당 원내 규정에 따라 원내대표직을 일시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텍사스주 출신의 딜레이 원내대표는 직무 활동이 일시 중단됐다. 그러나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딜레이 원내대표는 기소 이후 미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전혀 죄가 없다"면서 자신을 기소한 로니 얼리 검사를 "뻔뻔스럽고 당파주의적인 광신자"라고 맹비난했다.

딜레이 측 변호사인 빌 와이트도 "이번 기소는 도로에 쓰러져 죽어있는 스컹크처럼 구린내나는 기소"라고 비난했고, 딜레이 측 대변인은 "이번 기소는 민주당 측에 의해 자행된 당파에 기초한 피의 보복이며 사실이나 법에 근거하지 않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얼리 검사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 직업은 중죄자들을 기소하는 것"이라며 "(딜레이 원내대표를 기소한 것도) 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반격했다.

딜레이 원내대표는 그러나 "하원 의장에게 원내 규정에 따라 공화당 원내대표직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비공개 모임을 갖고 당내 하원 서열 3위인 로이 블런트(미주리) 원내총무를 원내대표 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하원 서열 1위인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에릭 캔터(버지니아) 수석원내부총무와 데이비드 드라이어(캘리포니아) 하원 규정위원회 위원장도 필요에 따라 원내대표의 직무 가운데 일부를 대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딜레이 원내대표는 국내 이익집단의 지원을 받아 공짜여행을 다녀왔다는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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