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 홍명보 코치가 자격증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대표팀 코치의 자격조건인 대한축구협회 1급 자격증을 아직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딕 아드보카트(58·네덜란드) 신임 감독의 요청으로 홍명보(36) 이사를 국가대표팀 코치에 선임한 대한축구협회도 홍 코치의 지도자 자격증 문제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홍명보 코치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축구의 영웅. 그런데 대표팀 코치직을 맡기 위해 필요한 대한축구협회(KFA) 1급 자격증을 아직 취득하지 못한게 논란의 발단이 되고 있다. 각급 대표팀을 비롯해 대학, 실업, 프로팀을 맡으려면 KFA 1급 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A급 지도자 자격증이 필요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이나 강신우 축구협회 기술국장은 "지휘권을 갖지 않는 보조 지도자 역할이기 때문에 홍 코치의 1급 자격증 취득 여부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지도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번질 여지가 있어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홍명보 신임 코치는 지난해 10월 현역에서 은퇴한 뒤 시간이 촉박해 지난 9일에야 KFA 2급 지도자 과정을 이수했다. 또한 KFA 1급 지도자 응시 자격은 △2급 자격증 소지자 중 팀 지도 경력 2년을 경과한 자 △2급 자격증 시험에서 성적이 5% 이내인 자 중 자격증 취득 후 1년 이상 경과한 자에 한해 주기 때문에 홍 코치가 당장 1급 지도자 자격을 취득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홍 코치도 그동안 대표팀 코치직을 고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코치직은 일선 지도자들의 꿈이자 목표이다. '검증된 대한민국 축구영웅'에게 닥친 '서류'문제에 네티즌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 자격증이란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알고 있다. 하지만 홍명보 같은 선수는 20년이 넘도록 선수 생활을 해왔고, 현장에서 몸으로 직접 뛰어온 사람이다. 이미 검증된 인물인 것이다. 실질적인 능력은 도외시한채 자격증만 있다고 국가대표팀을 맡게하는 것보다는 어릴적부터 지금껏 그라운드에서 살아온 경험있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김시연님)
◇ 자격있는 코치가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낸다는 법은 없다. 자격증 소지자가 적어서 우리나라 축구가 이 모양인가. 선수는 공 잘차고, 코치와 감독은 화합하여 잘 가르치고 좋은 성적내면 그만이다. 형식에 치우친 구시대적 발상은 버렸으면 한다. 자격증이 아니라 능력이다. 노하우를 얼마나 축적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밥그릇 갈라먹기식 마지노선은 이제 치우고, 실력있고 능력있는 사람을 등용해야 한다. 삶에 찌든 국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 이제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카테고리는 집어치우자. (다사랑님)
◇ 홍명보는 우리나라의 축구 영웅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중원의 스타였지, 벤치의 제왕은 아니었다. 그가 아무리 그라운드를 누빈 축구 영웅이었지만, 자신이 직접 뛰지 않는 경기에서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코치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면, 문서적인, 전략적인 지식이 없는 그가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가진 선수들을 잘 코치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홍명보 자신의 일이기에 앞서 우리나라 축구계의 중차대한 문제이다. 그림만 그리던 사람이 강당에 가서 학생도 잘 가르친다는 보장은 없다. (인랑님)
◇ 자격증이 없는 코치 지명은 지도자 공부를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볼 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라인(고대, 포철 등의 인맥)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축구협회가 모든 과오를 홍명보 코치에게 뒤집어 씌우고 살짝 빠지려는 의도는 아닌지. 개인적으로는 홍명보가 코치가 되길 바라지만, 우리나라 축구가 한사람 때문에 질서가 어지럽혀져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홍명보라는 존재가 원칙을 바꿔야 할만큼 독보적인 인물인가. (형님)
◇ 자격증 제도를 무시한다면, 기존의 질서가 와해될 것이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했던 무수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주게 되는 일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하나 제시해 본다. 자격증제도를 그대로 살려두고, 우선 홍명보를 '보조코치'라는 임시직으로 임명해 실제 활동은 정상적으로 하게 하는 것이다. 즉시 KFA 이사회를 열어 예외규정을 채택, 최소기간 경과 후 정식코치로 임명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장장백님)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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