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간부들에게 몹시 화를 낸 모양이다. 정부'여당이 고위 당정회의에서 오는 2009년까지 빈곤층 지원에 8조6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당장 집행해야 할 사업비 2조8천억 원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선심(善心)'을 예산 편성과 조달 부처의 간부들이 의뭉하게 무시한 것이 사단이 난 셈이다.
사회 안전망 확충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년도 복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선 것도 이러한 정부 의지의 표출이다. 이에 따라 이 총리가 이미 6개월 전에 재원 마련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획예산처와 재경부가 서로 미루다가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두 부처 간부들의 책임이 크다.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해당 부처 실무자들의 사보타주로 훼손된 만큼 이 총리의 분노는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실세 총리'라 하더라도 해당 부처 장관 해임 건의를 운운하며 격노한 것은 지나쳤다. 또 두 부처를 제쳐 두고 국무조정실 경제관에게 내년도 예산을 직접 구조조정하라고 지시한 것도 분명 월권이다.
하지만 사회 안전망 예산이 누락된 것이 두 부처만의 책임일까. 재원 조달 방안도 없이 복지 예산 확대를 추구한 '원죄(原罪)'는 정부'여당에 있다. 최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사회 안전망 확충에 필요한 8조6천억 원 중 3조 원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확정하지 못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일각에서 '복지세' 신설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 어려운 터에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총리는 기획예산처와 재경부 간부들을 질책하기 앞서 사회 안전망 대책 발표의 문제점부터 점검하고, 복지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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