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서울의 청계천이 완전 복원된다. 2003년 7월 1일 총 연장 5.8㎞에 이르는 고가도로와 복개도로 철거가 시작된 지 2년3개월 만에 도심 흉물이 서울의 대표적 명소로 거듭 태어난다.
세계 이목이 집중된 이 대역사에 고충이 뒤따르지 않을 리 없었다. 하루 17만 대가 통행하는 도로와 하수구를 포기해야 했다. 주변상인 등 이해관계가 걸린 시민만 20만 명이 넘었다.
▲어떻게 복원했나=2003년 7월 1일 청계고가도로가 시작되는 광교 앞. 한 시인이 청계천을 두고 "새 생명의 역사를 다시 시작한다"고 외치자 150t의 대형 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길이 10m, 두께 0.6m의 콘크리트 상판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서울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청계고가도로가 사라지는 순간이자 2년3개월의 대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청계고가도로와 복개구조물에 대한 안전문제는 1990년대 서울시의 골칫거리였다. 아예 고가도로를 뜯어내고 청계천을 복원하자는 주장이 간간이 나왔지만 어느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2002년 민선 3기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이명박 당시 후보가 청계천 복원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복원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반대 측은 "시정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최악의 공약"이라고 비난했지만 이 시장은 "서울을 동북아 거점도시로 만드는 데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받아쳤다.
불도저 같은 이 시장의 추진력에도 불구하고 난관이 없지는 않았다. 청계천 상인들의 반대와 청계천 비리 수사를 예로 들 수 있다. 상인들 반대는 이 시장과 서울시의 끈질긴 설득작업으로 풀렸다. 청계천 비리 수사도 이 시장을 건드리지 못했다.
결국 서울 도심을 동서로 가르는 청계천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총 사업비 3천600억 원을 들인 청계천 복원사업은 서울의 역사성과 문화공간, 환경도시로의 전환,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주제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천도 이 같은 기본계획에 따라 중상류 지역은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하류지역은 생태하천으로 복원됐다. 총 연장 5.8㎞, 강폭은 20m에서 최장 90m에 이른다. 건천이어서 물이 흐르지 않지만 한강물을 끌어와 흘려 보내기 때문에 연중 물이 흐른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은 서울시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라며 "서울이 21세기 도시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서울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가 우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30일 서울시에는 청계천 복원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상징하는 행사가 열렸다. 청계천 완공을 기념해 열린 원탁회의에 세계 대도시 시장·부시장 30여 명이 몰린 것. 자치단체 행사에 세계 주요도시 시장·부시장이 이 정도 규모로 몰린 것은 전례가 없다.
이처럼 청계천 완공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높다. 실제로 올 한 해만 해도 세계 주요 유력언론의 청계천 관련 보도는 봇물을 이뤘다. 로이터, AFP 등 통신사는 물론 일본의 아사히, 니혼게이자이, 도쿄신문을 비롯해 북경청년보, 보스턴 글로브, LA타임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이 시장을 인터뷰해 간 유력 언론사는 20여 개에 이른다.
청계천 완공에 관심을 표시하는 외국인들 방문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03년 공사 첫 해 300여 명에 불과했던 주요 외국인 방문객 수가 2004년에는 1천372명, 2005년 8월 현재 1천78명 등으로 급속하게 늘었다.
이들 주요 방문객이 주로 전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건축 환경 전문가, 공무원 등임을 감안하면 단순 외국 관광객을 포함한 외국 관광객 유입효과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청계천을 배우자'는 움직임도 거세다. 지난 4월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칼럼을 통해 도쿄 도심의 니혼바시 재생사업과 관련해 "서울에서 가능한데 일본에서 불가능할 리 없다"면서 "TV 드라마나 영화 이외의 '한류(韓流)'에도 주목하자"고 주장했다.
일본뿐만 아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가 도심의 말라붙은 하천에 물을 끌어들이고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하는 'LA판 청계천 복원계획'을 추진 중이다. 도심 개발에 대한 벤치마킹의 세계적 순환 구조 중심에 청계천 복원공사가 있는 것이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사진: 2003년 7월 1일 대역사를 시작한 청계천 복원사업이 2년3개월 만에 드디어 내일 완공된다.대표적 도심
흉물이었던 청계천이 서울의 랜드마크로 거듭 태어나면서 세계적 이목을 모으고 있다.사진은 항공사진.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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