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교양으로 읽는 인삼이야기

교양으로 읽는 인삼이야기/옥순종 지음/이가서 펴냄

'황진이, 루이 14세, 루소, 엘리자베스 여왕, 교황 요한바오로2세가 공통적으로 사랑한 것은?'

바로 인삼이다. 사람의 모습을 닮은데다 신비로운 효능으로 오랫동안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인삼에 대한 책 '교양으로 읽는 인삼이야기'가 이가서에서 나왔다.

우리 고유어로 인삼은 '심'이다. 한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는 '삼(蔘)'이라고 쓴다. 현재 우리나라도 심 대신 인삼이란 명칭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을 인삼의 종주국으로 봤던 것은 중국 문헌에 최초로 삼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역사전공자를 중심으로 조선인삼기원설이 힘을 얻고 있다. '심'이란 말이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이와 유사한 '삼'으로 기록하게 됐다는 것. 하지만 국제 학술어는 일본식 발음인 진셍(ginseng)으로 통용된다.

사실 우리나라가 인삼의 종주국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종주국의 자리를 내주고 있다. 세계 인삼시장의 중심지인 홍콩에서 2004년 홍콩정청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인삼시장에서 고려인삼 점유율은 캐나다·중국·미국에 이어 4위에 불과하다. 이미 인삼 종주국을 빼앗기고 있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 인삼은 여전히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

고려인삼이 최고의 효능으로 인정받는 것은 재배조건 및 재배법과 무관치 않다. 첫째로 한반도가 위치한 북위 33도와 43도는 인삼 생육에 최적의 위도이고 국토 양측에서 해양성 바람이 불어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인삼생육에 최적의 기후이다. 또 대량으로 재배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자식을 키우듯 일일이 종자를 고르고 키우는 재배법을 유지하고 있어 최고의 효능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조선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조선인삼의 인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 동경은행의 화폐박물관에는 길이 10cm, 무게 210g, 순도 80%의 은으로 제작된 화폐 '인삼대왕고은(人蔘代王古銀)'이 있다. 이 화폐는 바로 동아시아에서 최고 인기상품이었던 조선 인삼을 거래하기 위해 특별 제작됐던 것. 17세기 후반에는 인삼대왕고은 120개가 있어야 조선인삼 한 근을 살 수 있었다고 하니, 조선인삼이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일본에는 지금까지도 비싼 인삼값을 값지 못해 목매달아 죽었다는 '인삼먹고 목멘다'는 속담이나 소녀가 병든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유곽에서 몸을 판 돈으로 인삼을 샀다는 내용이 만담으로 전해진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인삼 가운데 최상품 홍삼은 1돈에 1만9천256원으로, 은 1돈 850원, 금 1돈 5만8천원을 놓고 비교했을 때 최상급 인삼은 은의 23배의 가치를 갖고 있다.

이 인삼은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1575년 러시아인 신부 마르친 마르치니우스가 중국에서 얻은 인삼을 신비한 풀로 서술하면서 인삼의 신비로운 효능이 유럽에까지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17세기에는 태국 국왕의 사신이 프랑스 루이 14세에게 선물할 만큼 유럽의 상류층에서 아주 귀한 물건으로 취급됐다.

조선이 인삼의 보고로 알려진 것은 17세기 초,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직원들의 보고서를 통해서이다. 13년간 조선에 머물렀던 하멜도 조국으로 돌아가 1668년 '하멜표류기'에 인삼이 조선의 특산품임을 알렸다.

인삼의 인기를 반증하듯 가짜 인삼도 판을 친다. 지금도 백두산 관광을 가면 만날 수 있는 산삼 장사들은 대부분 산삼 뿌리를 접착제로 길게 붙여 오래된 산삼처럼 보이게 한 가짜 산삼을 내놓는다. 신라와 고려시대에 종종 가짜 인삼으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조선시대 들어오면서 실제로 가짜 인삼을 유통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나온다.

이 책에는 인삼의 역사적 배경 뿐만 아니라 부위별 명칭, 재배과정, 고려홍삼과 중국홍삼의 비교, 외국 삼과 우리나라 인삼의 비교, 심마니의 은어, 인삼의 효능 등 인삼의 모든 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학술적 분석이 곁들여져, 인삼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도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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