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 타는 여심…가볍게 떠나볼까

도심 인근 여행지 2선 강추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가을. '또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는구나.' 어느날 저만큼 높아지고 푸르러진 하늘을 쳐다보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결혼해서 이때까지 난 뭘하며 살아왔을까.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에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불현듯 치솟는 우울한 모드. 하지만 심각할수록 깊어지는 게 마음병 아니던가. 이때는 가벼운 여행이 최고다. 가까운 친구를 불러 대구 인근의 여행지를 돌아보며 마음을 정리해보자. 혼자라면 또 어떠랴. 훌훌 털고 유쾌한 모드로 바꿔주기만 하면 그만인 것을.

대구를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나누어 가볍게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남으로(추천 : 임언미 대구문화 편집장)

주부 안성옥(48.수성구 황금동)씨는 마음이 울적해지면 차를 몰고 혼자 찾아가는 곳이 있다. 집에서 출발해 승용차로 40분정도 걸리는 청도군 각북면 덕촌리 '갤러리 全'. 가창댐을 지나 고갯길을 올라가는 꼬불꼬불 드라이브 길을 따라 가다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절반쯤 풀린다. 헐티재를 넘어 10분정도 가면 목적지인 작은 전시관이다. 365일 연중무휴.

근처의 '가원'이라는 찻집에서 별미인 홍시주스를 마시면 집안의 걱정근심까지도 '바이~ 바이~'다. 걸어서 5분이내 거리에는 '아자방(我子房)'이라는 야생화 농장도 있다. 안씨는 "이곳은 산속에 푹 안긴 것처럼 느껴져 자연스레 마음이 열리고 평화로워진다"고 말했다.

'갤러리 全'에 도착하기 전에 있는 대구미술광장도 마음 달래기에 좋은 장소. 대구미술협회에서 폐교를 개조해 미술관으로 바꿨다. 운동장에는 조각품, 돌탑 등이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대구 수성구에서 20분안에 도착 할 수 있는 동제미술관은 가창댐이 끝나는 곳에 있다. 미술관 앞으로 펼쳐지는 갈대밭, 메밀밭, 옥수수밭 등이 앞으로 탁 트인 경치와 어우러진다. 야외찻집에서 메밀차, 국화차 등 전통차를 조금씩 따라마시다보면 인생은 금새 아름다워진다. 밉상이던 남편마저 용서될 것 같다. 건물 2층 다락방은 혼자 사색하거나 책을 읽기에 딱 좋다.

삼삼오오 모여 여유있게 담소를 즐기는 주부들 모임도 쉽게 볼 수 있다. 마음이 맞는 같은 처지의 주부들이 카 풀(Car Pool.함께타기)로 다녀와도 좋은 곳이다.

◇북으로 (추천 : 이승호 대구답사마당 원장)

마음이 심란하다? 복잡한 생각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반나절만 시간을 내면 해결 할 수 있다. 팔공산 뒷자락으로 떠나보자.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하기엔 절이나 암자가 제격 아니던가.

팔공산 한티재를 넘어 15분정도 내려가면 군위군 부계면에 위치한 '제2석굴암'(국보 제 109호)이다. 경주 석굴암보다 작지만 100년가량 앞서 만들어진 것으로 계곡물, 소나무 숲 등과 어우러져 안온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종교가 달라도 이곳에 오면 마음이 차분해져 저절로 남을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곳이다. 단 팔짱을 끼거나 손잡고 오는 다정한 커플들을 보더라도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제2석굴암을 빠져나와 공산폭포로 향하는 도로가 좋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곳♪"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곳곳의 갈대밭도 볼거리. 산 중턱까지 올라가 주차하고 폭포까지 걸으면 20분 정도 걸린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있어 눈도 즐겁다. 마음속까지 깨끗이 정리 되는 느낌이다. 혼자 가볍게 올라갔다 오기에도 큰 무리가 없고 운동은 덤이다. 3단으로 나눠서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격동하는 듯한 삶의 기운을 받아오면 '용기 백배'.

경북 영천쪽으로 돌아나오다 보면 부귀사와 거조암이라는 절이 있다. 한적한 산 길을 굽이굽이 거슬러 올라가면 부귀사. 수도승들이 수행을 하는 곳이라 인적이 드물고 깊은 산중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부귀사에서 나와 영천방면으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거조암도 혼자서 가볼만한 곳이다. 큰 산을 마주보고 있는 절의 기운에 마음이 절로 평온해진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갤러리 全'(위)과 동제미술관의 전경. 정우용기자 sajah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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