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도시락 배달하는 노인들

월요일 오전이 되면 신천호(67·대구 남구 대명6동) 씨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그가 오기만을 목을 빼고 기다리는 홀몸노인들 때문이다.

신씨는 대구 동구 신천동 제일복지관에 맡겨진 무의탁·무자녀 노인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배달한다. 벌써 5년이 훌쩍 넘었다.

노인들이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살펴서 구청 복지과에 전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그가 외로운 노인들의 소중한 대화 상대이자 고민 상담소가 된 이유다.

도시락 배달을 하는 신씨는 고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하기 3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준비했다. 일본인 관광객을 위해 방송통신대 일본학과 3학년에 편입, 일본어능력시험 2급에 합격했고 신문에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광고까지 냈다.

그리고 퇴직 후에는 곧바로 실천에 들어가 홀몸노인 도시락 배달, 정신지체 장애인 상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역사교실, 문화유산해설사, 앞산 자연보호활동 등 숨쉴 틈 없이 빡빡한 자원 봉사 활동을 펼쳐 왔다.

중등학교 교사 출신인 박영환(68·수성구 범어2동) 씨는 지난해부터 동촌종합사회복지관 평생교육원과 동구노인회관에서 각각 매주 두 차례씩 아이들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생활 영어를 가르친다.

박씨가 자원 봉사에 투신하게 된 건 2002년 8월 퇴임 직전이었다. 중등 교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후 상주대 아동복지학 교수로 재직했던 박씨는 자신이 평생 가르쳤던 영어 교육의 노하우를 썩히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박씨는 60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합창단 '은빛 메아리'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이 단체는 매년 합창 공연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장학금 등으로 전액 기부한다.

박씨는 "며칠 전 동화사를 찾은 독일인에게 문화유산해설을 해줬다"며 "수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이번처럼 속시원하게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해 알게 된 건 처음이라고 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정년 퇴직'은 끝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며 그 과제는 '봉사'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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