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 참사 "7~8겹으로 차례로 넘어져"

○…대형참사를 불러온 MBC가요콘서트 행사장은 행사 리허설 진행을 위해 직문(출입문)이 닫혀 있는 가운데 상주시청 공무원 가족과 지역 유력인사 200~300여 명이 운동장 정문 출입구를 통해 미리 입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국제문화진흥협회 이벤트사업팀 박춘희 부장은 경찰조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사람들이 입장한 것을 보고 사고가 발생한 출입문 쪽에서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해 입장을 MBC 측에 요청했으나 리허설이 끝나지 않았다며 기다려 줄 것을 요구 받았다"며 "이런 가운데 누군가에 의해 문이 열리고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고 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상주성모병원

○…안선봉(71·화남면 중율리 627)씨는 운동장 철제 문앞에 부인 이우자(62)씨와 함께 서 있다가 문이 열리면서 함께 쓰러졌는데 안씨는 목뼈를 다쳐 중상을 입었고 부인 이씨는 다리를 다쳐 같은 병실에 입원했다.

안씨는 사고 당시 7~8겹쯤 되는 사람 틈에 끼여 있었는데 자신의 밑에 깔려있는 사람 머리 사이로 겨우 목을 돌릴 공간이 있어 숨을 쉬면서 버텼는데 불과 10여 분 동안이 1년보다 더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고 했다.

부인 이씨는 쓰러지면서 순간적으로 다리를 빼냈는데 다행히 자신은 가벼운 상처만 다리에 입었지만 남편이 목을 심하게 다쳐 말도 겨우 한다"며 걱정했다.

○…예천군 풍양면 낙상2리에서 부녀자 7명이 함께 더블 캡 차량을 타고 구경을 왔던 김금순(52)씨는 이날 오후 4시쯤 운동장에 도착해 1시간 30분쯤 운동장 문 앞에서 기다렸다는 것.

그런데 문이 열리면서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내리막 경사인 탓에 앞서가던 사람들이 나락 단이 쓰러지듯 차례로 넘어지면서 자신은 중상을 입었고, 함께 구경왔던 우인옥(54·여)씨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며 입원실에서 연신 통곡했다.

○…상주 성모병원은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과 시민들 발길로 이날 밤 8시쯤부터 복도와 병실, 장례식장 등은 온통 북새통을 이뤘다.

전화국에 근무한다는 김모(46)씨는 "자신은 현장에 있었는데 사고가 일어나기 공연이 시작되는 20여분 전인 이날 오후 6시40분쯤 경찰서, 시청 등 간부들이 운동장 사무실에서 '현장이 위험해 문을 더 열어야 한다' 며 이야기 하는것을 우연히 엿 들었는데 MBC 방송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리허설 때문에 여러곳 입장은 곤란하다"는 말을 했다는 것.

김씨는 당시 무대에서는 가수 현철씨가 리허설 중이였는데 엄청나게 큰 음악 소리 때문에 현장 통제가 전혀 안될 정도로 질서가 엉망이였었다고 했다.

○…정영무(67·사벌면 덕덤리163)씨는 이날 부인 서화자(69)씨와 처제인 서양자(64)씨와 함께 공연 구경을 왔다가 3명 모두 다리, 팔 등에 상처를 입고 입원 치료중이다.정씨는 '압사'라는 말은 들은 적 있으나 실제로 본인이 당해보니까 얼마나 끔찍하고 가슴 떨리는 사건인줄을 처음 알았다"며 몸서리를 쳤다.

○…이날 사망자중 가장 나이가 어린 희생자인 이위승(7·경산시 계양동)군은 이날 부모와 함께 외갓집에 왔다가, 공연을 보기위해 운동장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버지 이주형(40)씨는 이날 밤 8시20분쯤 성모병원 영안실 복도 침대위에 누워있는 아들의 얼굴을 연신 쓰담으면서 "안된다 일어나라"며 발을 구르며 소리쳤고 이군의 어머니는 복도에 딩굴면서 통곡을 했다.이군의 시신은 이날 오후 9시쯤 상주장례예식장으로 옮겼는데 영안실을 찾았던 시민들은 너무 안타까움에 눈시울을 붉혔다.같은시간 영안실 복도에는 황인규(12) 황인목(14) 사촌 형제도 나란히 숨져 침대에 뉘여 있었는데 달려온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오열했다.

○…상주시의회 민정기 부의장은 "자신은 일찍 현장에 도착해 있었는데 사고가 난 5시41분부터 6시20여 분이 되도록 경찰과 시청 공무원은 제대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당국이 너무나 태무심해 예고된 사고나 마찬가지 였다"며 분개 했다.

민 부의장은 "사고 직후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다녀도 공무원들은 모두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았고 인파 때문이라는 원인도 있지만 119 구급차 도착 시간도 너무 늦어 안타까운 생명이 많이 희생됐다"고 했다.

○…상주성모병원 이승구(47)부원장은 "사망자들은 질식으로 인한 사망이 대부분인데 일부는 장기파열 등도 예상돼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야 알 수 있다"고 했다.한편 이날밤 성모병원에는 황성길 경북도 정부지사와 박성환 문화관광국장 등이 병원 별관 4층에 마련된 상황실 등을 오가며 향후 대책에 나섰다.

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적십자 병원

○…노완식(64.상주 부원리)·김경자(63.상주 부원리)씨 등 2명의 할머니는 한 마을에 사는 절친한 사이로 상주 자전거축제 기간 내내 안내 자원봉사를 해오다 축제 마지막 날 희생을 당해 주변을 더 안타깝게 했다. 노 할머니의 사위 이상윤(41)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장모님과 김 할머니를 공연이 있는 운동장까지 모셔다 드린 탓에 충격이 더 컸다. 이씨는 "이런 사고가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고 오열했고 이씨의 아내는 어머니 사고 소식에 실신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노 할머니의 사돈 황태영(상주 복용동)씨는 "공연장 문을 일찍부터 개방했거나 질서 계도 요원만 충분했더라도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것"이라고 말했다.

○…구귀출(63.상주 외남면 송지리) 할머니는 같은 마을 사람 및 친인척들과 함께 놀러 갔다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유족들은 "온몸이 짓눌려 시퍼런 멍이 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고통스럽게 숨을 거둔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오열했다.구 할머니의 사위 조상근씨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음에도 안전요원이 턱없이 부족해 빚어진 사고"라며 인재라고 주장했다.

○…최수연(76.상주 서문동) 할머니 역시 동네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들 어유수(47.서울)씨는 "TV 뉴스를 보고 걱정스런 마음에 상주 집으로 계속 전화했으나 불통 상태였다. 어머니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는데 성모병원에서 다른 사람 문병하던 한 가족이 우연찮게 어머니 시신을 확인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오열했다. 그는 "공연이 있기 4시간 전부터 어머니를 비롯 운동장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는데 왜 그때부터 출입문을 개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출입문 늑장 개방과 질서요원 부족이 빚어낸 인재"라고 주장했다.

○…김수철(38.상주 서문동)씨는 "공연장 간다고 집을 나간 가족들이 연락두절돼 성모 및 적십자 병원의 영안실과 응급실을 모두 뒤지기까지 했다. 가족들과 뒤늦게 연락이 닿아 안도의 한 숨을 쉬었지만 한동안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른다"며 "상주 시민들이나 외지 친인척들 대부분이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나와 비슷하게 일시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었을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