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며느리에게 배운 인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은 정말 넉넉한 계절이로구나. 이럴 때일수록 더욱 어려웠던 옛날을 생각해보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른 길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단다.

지난번에 황순승 선비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

그 황순승 선비가 나이가 들어 며느리를 맞이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란다.

황순승은 며느리가 들어온 다음 날 아침, 새며느리가 아침 문안 인사를 하러 오기를 사랑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새며느리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는 구나.

'거참 이상하다. 일부러 예절 교육이 엄한 집안에서 며느리를 맞이하였는데 아침 문안도 올 줄 모르다니! 허, 그것 참!'

기다리다가 짜증이 난 황순승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하녀를 불렀대.

"얘야, 새아씨는 일어났느냐?"

"네.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단장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문안을 오지 않느냐?"

"네, 아까부터 아씨께서는 도리어 대감마님께서 사당에 다녀오셨느냐고 물으시던 데요."

"뭐, 뭐라고?"

순간, 황순승은 '아차!'하고 가슴을 쳤대.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아침에 사당에 다녀온 뒤에 문안을 드리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지.

'그래, 며느리의 생각이 옳다.'

이렇게 생각한 황순승은 서둘러 사당으로 갔지.

"오늘은 며느리를 맞이한 뒤 처음 맞는 아침입니다. 이에 여러 조상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앞으로 며느리가 우리 집안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많이 보살펴 주소서."

황순승은 절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지.

그러자 며느리도 뒤이어 문안을 하러 왔고…….

"얘야, 네가 오늘 나에게 귀한 것을 가르쳐 주었구나. 앞으로 우리 집안을 위해 많은 일을 해 다오."

황순승은 며느리를 대견하게 생각하였대.

그 뒤 황순승은 며느리를 매우 아꼈고, 며느리도 집안을 위해 많은 일을 하였지.

얘야, 이처럼 인사에는 절차와 순서가 있단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정성어린 마음이라고 생각되는구나.

부처님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해서,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마음이 만들어 간다.'라고 하였지. 사람들은 이 말을 쉽게 '세상 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들 하기도 하지…….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에 들어있는 물을 마셨는데 모르고 마셨을 때에는 감로수였는데, 나중에 그것이 해골바가지에 든 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속이 메스꺼웠다는 이야기가 있지. 그래서 원효대사는 '아,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들 하지.

얘야, 너도 언제까지나 바른 마음을 가지거라.

심후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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