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도 예쁜 캐릭터가 머릿속에 맴돌면 벌떡 일어나 앉아 스케치를 하곤 했어요. 생각났을 때 스케치해두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리거든요."
지난 8월 '전국 청소년 캐릭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소희(달성정보고 3년) 양은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고픈 꿈 많은 소녀다. 머릿속에는 늘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고양이, 병아리, 생쥐를 캐릭터로 만든 '샤미뇽, 베베, 파니' 삼총사로 대상인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무척 좋아해서 늘 만화 주인공 베끼기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일러스트 작업을 배우게 됐는데 바로 이거다 싶었죠. 그때부터 나만의 캐릭터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일에 완전히 빠져들어버렸어요."
박 양이 그리는 샤미뇽, 베베, 파니는 모두 주인에게 버림 받은 동물들이다. 박 양은 "대회에 참가할 작품을 구상하면서 막연하게 동물 캐릭터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에 길을 가다 버려진 강아지를 보게 됐다"며 "화려하기보다는 단순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진 동물 캐릭터를 통해 '애완동물을 사랑하자'는 메시지까지 함께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박 양의 따뜻한 마음 때문인지 그녀가 만든 캐릭터들은 사람을 포근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비결을 물었더니 박 양은 "아마도 눈 모양에서 오는 느낌일 것"이라고 했다. 캐릭더를 디자인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이 눈 모양이라는 것. "눈을 보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듯이 캐릭터에서도 가장 강렬한 느낌을 전하는 부분이 눈이라고 생각해요. 친근함과 따스함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 그녀는 지그시 미소 짓는 눈이 예쁜 샤미뇽과 네모난 몸매에 조그만 눈을 가진 베베, 몸집은 작지만 동그란 큰 눈을 가진 파니로 각각 다른 눈 모양을 가진 개성있는 캐릭터를 출품했다. 샤미뇽은 휴대전화 고리, 베베는 네모난 손가방, 파니는 손목시계로 상품화까지 염두에 뒀다.
박 양이 캐릭터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여름에는 영남대에서 주최한 '제 1회 경상북도캐릭터 디자인 전국 공모전'에서 백일홍을 본 따 만든 '가가(嘉嘉)'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고교 3년 동안 모두 11번의 공모전에서 크고작은 상을 수상했다.
그는 경상북도 캐릭터 디자인 공모전에서 장학금으로 받은 상금 200만 원 중 절반을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학교 후배를 위해 내놓을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학생이다. 자신의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못해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할 정도지만 오랜 투병생활로 아파하는 후배를 위해 선뜻 상금을 내놓아 주위를 놀라게 한 것.
김제국 교장은 "매일 방과 후 2~3시간씩 학교에 남아 실력을 다지고 방학 때도 쉬는 날 없이 학교에 나와 캐릭터 디자인에 몰두하는 등 실력보다는 성실함으로 승부하는 보기 드문 학생인데다 고운 마음씀씀이까지 가지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양의 꿈은 대학에 진학해 더 많은 지식을 쌓은 후 캐릭터 전문 디자이너가 돼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하는 일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대학 진학을 반대하던 부모님도 딸의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해 어려운 형편이지만 최선을 다해 대학 진학을 돕겠다고 약속했고, 학교측에서도 박 양이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수줍음에 볼이 빨갛게 물들어 있던 박 양이었지만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따스함을 전해주는 캐릭터만큼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며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전국 청소년 캐릭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소희 양이 고양이, 병아리, 생쥐를 캐릭터화 한 '샤미뇽, 베베, 파니'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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