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전문 학술주간지 '사이언스'(Science)는 지난 7월 1일 창간 125주년 기념호에서 아직 해결할 수 없는 25가지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우리 인간 수명이 얼마나 연장될 수 있을까?'를 선정, 발표했다.
인간은 무병장수하며 부귀영화를 누리는 삶을 간절하게 바라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생로병사는 우리 모두가 숙명적으로 걸어야하는 노정이다. 노화현상을 지연시키면 수명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노화과정의 수수께끼를 풀어보려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노화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미국 텍사스대 교수를 지낸 유병팔 박사는 많은 연구자료를 토대로 노화진행을 막는 특효약은 없으며 음식을 적게 섭취하고 꾸준히 몸을 움직여 근력을 단련시키는 생활습관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권장하고 있다.
이 같은 학설을 부분적으로 수정한 연구자료가 최근에 발표돼 다소의 논쟁이 예상되나 일반적으로 유병팔 박사의 식이제한 방법은 설득력을 갖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다. 노화현상은 생체가 생존하기 위한 적응현상이라고 주장하면서 노화에 따른 생리반응의 둔화현상은 생리화학적 반응의 역기능으로 초래되는 유해상태로부터 생체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물체의 수명을 조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수명이 가장 긴 것은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 자생하고 있는 소나무 종류인 '브리슬콘'이라는 침엽수로 5천 년 이상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무를 외부환경이 보다 좋은 장소에 옮겨 심으면 수명이 300년 정도로 단축된다는 흥미로운 보고가 있다. 이 현상은 생명현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주어진 외부환경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면서 생체가 터득한 지혜로 내부 생리환경조건을 슬기롭게 다스려 나가는 조화가 생명체 보존에 더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발표하는 장수비결법을 보면 천차만별이며 저마다 특별한 비법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나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필요조건임을 공통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연령이 육체적인 연령을 지배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층과 대화하는 기회를 자주 가지며 신지식 습득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뇌세포의 퇴화를 방지하는 것이 치매, 우울증 등의 신경질환과 난치성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뇌세포들은 혹사시킬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시켜야 뇌기능의 감퇴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지난해 12월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인 평균수명은 76.5세로 희수를 누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성수명은 80세이고 남자의 경우는 73세로 고령사회에서는 여성인구가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년층 인구의 상승곡선이 가파르게 치솟는 현상은 최근 들어 점차적으로 심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장수하는 사람의 수명은 120세 근처가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노화진행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기전을 규명할 수 있다면 성큼성큼 다가오는 백발을 막을 수 있으며 인류의 공통소원인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면서 장밋빛 삶의 노후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보고 자료에 의하면 활성산소가 관여하는 과산화반응이나 이들의 공격으로 초래되는 세포손상, 일정기간 살면서 임무를 완수한 세포의 자살을 조절하는 아폽토시스(Appoptosis)의 역할 감퇴, 그리고 세포분열을 반복함에 따라 염색체 끝 부위인 텔로메어(Telomere)의 마모로 세포재생을 위한 세포분열의 저조현상 등이 노화의 원인임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의 계속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노화에 대한 연구 수준은 이제 겨우 이해하는 정도의 걸음마 단계이다. 동물의 수명을 연구 조사한 보고 자료에 의하면 대부분의 동물들의 수명은 생장기간에 5, 6을 곱한 수치가 그 동물의 수명이 된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 20~25세까지 생장기간으로 볼 때 사람의 수명은 120세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돼 회갑연을 두 번하는 삶이 제명을 다하는 일생으로 계산된다.
정확한 몸의 치수를 알아야 옷감을 알맞게 재단해 어울리는 좋은 옷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정확한 수명을 알아야 보다 현실적인 복지사회제도를 준비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노화 연구의 목적은 장애물을 피해 달려오는 백발의 위력을 저지하는 방법을 제시해 건강한 수명연장 디자인에 도움을 주며, 고령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에이지 퀘이크'(Age-Quake)의 엄청난 충격의 흡수를 극대화하는 완충대를 두텁게 구축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하여 저출산 풍조와 수명연장현상으로 가속화되는 고령화 사회의 재난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바람은 없을 것이다. 허근 영남대 명예교수·(주)티지바이오텍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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