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녕 대구시장이 최근 지역에서 일어난 술집 여주인 폭언 사건에 연루된 검찰 간부를 선처해 달라고 대검에 요청한 것을 두고 엇갈린 시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업무상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취중 실수를 한 호남 출신 공직자가 대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동서 화합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장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는 것. 조 시장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대구는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일하기 싫어하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다. 지역 출신 인사들도 대구에 발령받는 것을 싫어하는데 타 지역 출신들이야 오죽하랴. 유능한 인재들이 대구에 많이 와서 대구의 실상을 체험해야 지역이 발전하는데, 공직자들이 기피하는 곳이라면 대구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조 시장의 선처 부탁 건은 시장으로서 불가피한 행위였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장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계 인사 등 다수가 정치권이 이 사건을 검찰 책임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자기들이 저지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정략적 판단으로 검찰 간부만 희생양 만든다는 우려를 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이 같은 여론이 대검에 전달돼 인사상 구체적 불이익은 내리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연 시장이 나서서 그런 전화를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검찰이 전적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 왔느냐'와 직결돼 있다.
검찰은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상당 기간 국민 위에 군림한다는 인상을 줘 왔다. 최대 사정기관이자 수사기관으로서,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갖는 검찰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대국민 서비스는 미약했던 게 사실이다.
대구 검찰이 시작한 6시그마 운동을 대검이 전국 검찰로 확산시킨 것을 비롯, 친절'생산성 향상 운동 등을 통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검찰의 닫힌 마인드에 대해 불만을 갖는 시민들이 많다.
전화를 해도 친절한 응대를 기대하기 어렵고 취재를 위한 통계 자료 하나 확보하는 것에도 진땀을 뺀다. 억울함을 호소해도 수사나 조사는 한정 없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 이유가 통보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을 '단순한 실수나 검찰의 억울함'으로만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피감기관으로서 어쩔 수 없는 자리였다고는 해도 원초적 잘못은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이 아무리 영호남 화합을 명분으로 한다고 해도 검찰 간부 구명을 위해 적극 나섰으니 좋은 뜻으로 안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건을 제외하곤 아직까지 시장이 지역에서 일하다가 불이익을 당할 뻔한 공직자를 위한 구명 운동을 펼쳤다는 소식은 없다. 억울한 징계를 당한 사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진대 확실히 이례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검찰은 이번 일을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거나 외풍에 흔들릴 때 국민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말이다.
최정암기자 사회1부 사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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