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수사 본격 재개

이건희 회장 등 삼성의 공모관계 규명…피고발인 줄소환 예고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4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삼성전자 상무)씨 등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저가에 배정한혐의로 기소된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CB 저가 배정을 둘러싼 삼성의 공모관계 규명을 위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허태학씨 등 2명의 공소유지를 위해 그간 진행해온 수사를 법원의 이번 유죄 판결을 계기로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향후 수사의 초점은 CB 저가 발행에 대한 삼성의 공모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원이 허태학씨 등에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것은 수긍할 수없다. 형량이 높은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해달라는 취지에서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검찰은 법원의 판결문 분석작업을 거쳐 CB 저가 배정 당시 삼성 에버랜드에서 이사나 감사 등으로 재직했던 인사들을 차례로 소환해 이재용씨 등에게 에버랜드 CB를 시중가보다 낮게 배정하기로 사전 공모를 했는지 등을 밝혀나갈 계획이다.

특히 검찰은 당시 에버랜드의 등기이사였던 이건희 회장이 장남 재용씨 등에게에버랜드 CB가 저가에 배정될 수 있도록 에버랜드의 기존 주주들에게 CB를 배정받을권리를 포기토록 지시했는지 등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그간 수사에서 에버랜드 이사 등이 사전 모의 혐의를 모두부인해 이건희 회장의 공모 혐의가 드러난 것은 없다. 이 회장의 공모 여부도 앞으로 수사가 되어야 할 부분이다"고 말해 이 회장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내비쳤다.

앞으로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이 회장의 공모 혐의가 드러나면 미국에서 귀국하는 대로 이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에버랜드 CB를 헐값에 배정받은 이재용씨에 대해서는 비록 고발이 되지는 않았지만 CB배정에 따른 '수익자'인 점을 감안, 수사진척에 따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이혜광 부장판사)는 4일 에버랜드 CB(전환사채)를 기존 주주들이 실권하자 이재용씨 남매에게저가로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에버랜드 허태학 전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노빈 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전환사채를 주주우선배정 형식을 가장해재용씨 등에게 지배권을 전환할 목적 아래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적정가격에 전환사채를 발행했을 경우 재용씨 등이 실제 부담해야 할 전환사채 인수대금과 실제 납입한 인수대금 96억여원의 차액 만큼 재용씨 등에게 재산상이득을 취하게 하고 에버랜드에 그만큼의 재산상 손해를 끼친 사실이 인정된다"고밝혔다.

허 전 사장 등은 1996년11월 최소 주당 8만5천원인 에버랜드 CB 125만4천700여주를 기존 주주들이 실권하자 이사회를 거쳐 주당 7천700원에 이재용씨 남매 4명에게 배정해 회사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참여연대에 의해 고발돼 불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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