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조, 구급 체계를 혁신하라

신고받고 전화걸다 출동시간 허비

상주 공연장 참사사건과 같은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할때 마다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숙제'가 있다. 바로 구조·구급 체계의 전면 혁신이다. 구급차, 응급 지휘 체계, 통합 안전 시스템 3박자만 갖춰지면 재난은 더 이상 재난이 아니다.

◇구급차를 늘려라.

상주소방서는 14개 대기소(대기소 당 구급차 1대), 고속도로 구급대(1대), 일반 파출소(1대), 직할 파출소(2대) 체제로 적정 구급차 대수가 18대로 돼있다. 그러나 현재 구급차대수는 단 10대이다.

직할파출소 구급차가 현재의 1대가 아니라 2대가 동시에 구급 활동을 펼쳤더라면 사고 피해가 훨씬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참사 사고가 접수된 건 3일 오후 5시 41분. 하지만 사고 28분전 중앙고속도로 IC 일대의 차량화재에 출동했던 구급차는 22분이 지난 오후 6시 3분에야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경북 도내 23개 시·군의 적정 구급차 보유 대수는 210대에 이르지만 실제 보유 대수는 절반인 110대에 불과하다.

◇응급 지휘 체계를 마련하라.

강태영(68)씨는 참사 발생 후 코와 이마에 부상을 입었지만 3시간이나 걸어 스스로 성모병원에 입원했다. 피를 흘리며 걸어갔지만 도중에 구급차를 만날 수가 없었다. 아들 효창씨는 "관리요원이나 응급 차량이 아버지를 내버려 뒀다는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모병원에 입원한 김모씨도 "시민운동장에서 사람들에게 깔려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만 눈을 떠 보니 응급차가 아니라 집에 놔 두고 온 남편차에 타고 있었다"고 했다. 현행 재난관리법은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때 현장지휘계획을 수립, 중증 정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고 증상이 심한 순으로 우선 구조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응급 지휘 체계는 허울뿐이다. 제재 규정이 없는데다 압사 사고같이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대형 재난 사고때는 응급 지휘 체계를 짤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방전문가들은 "이런 훈련을 정례화해 꾸준히 하면 단기간 재난 사고에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응급 지휘 체계란 우리나라 안전문화에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안전 시스템을 통합하라.

상주소방서에 따르면 참사때 동원된 응급 차량은 구조차, 구급차, 보건소차, 경찰차 등 모두 20대. 하지만 모든 차량들이 한꺼번에 투입된 것이 아니라 조금씩 시간 차이를 두고 있다. 소방서는 신고받은 사고 내용을 모든 안전 기관에 한꺼번에 전달하지 못하고 일일이 개별 통화를 통해 알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고가 접수된 오후 5시 41분에는 병원, 시청, 경찰서 차량만 출동했고, 9분이 지나서야 청리, 낙동, 은척 구급차가 지원됐다. 은척구급차와 해병전우회 출동 협조를 요청하기까지는 다시 3분이 흘렀다. 상주소방서는 오후 6시 25분에야 서장 및 전직원들이 비상 소집됐다.

소방 방재청 이재용 담당은 "서울 소방서만 해도 버튼 하나로 33개 안전기관의 정보 시스템이 네트워크화 된다"며 "대도시에서부터 시작해 오는 2009년까지 소방 지령실 통합 작업을 추진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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