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필리핀 승객의 갑작스런 '하기(下機:내려달라) 요구'로 2시간40여분간 이륙이 늦어지는 소동이 발생했다.
5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2일 오후 2시20분께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인천행 대한항공 KE024편이 활주로에 들어서자 한 필리핀 남성 승객이 갑자기 승무원에게 "아내가 매우 아파 돌아가야겠다"며 기내에서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기장은 기내방송으로 승객들의 양해를 구한 뒤 비행기를 돌려 주기장(駐機場)으로 돌아와 이 필리핀 남성을 내려줬다. 항공사측은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이 필리핀 남성이 앉았던 좌석과 짐 등에 대해 보안검색을 실시한 뒤 이륙을 시도했다.
이 필리핀 남성은 비행기에서 내린 뒤 승무원들이 '부인이 얼마나 아프냐'는 질문에 "사실 부부싸움을 하다 화가 나 아내를 버려두고 혼자 인천을 거쳐 필리핀에가려고 했으나 마음이 바뀌어 아프다고 했다"고 실토했다고 대한항공측은 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국인 승객 2명이 "비행기를 못타겠다"며 승무원들에게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필리핀 남성이 내리고 보안검색이 실시되자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비행기에서 내려줄 것을 요구한 것.
결국 기장은 또 다시 비행기를 주기장으로 돌려야 했고 항공사측은 승객 302명을 모두 내리게 한 뒤 보안검색을 처음부터 다시 실시해 '테러 위험이 없음'을 승객들에게 안심시켜줘야 했다. 이 소동으로 KE024편은 예정보다 2시간40여분 가량 지연된 오후 5시5분께 이륙했고 3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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