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술마을 경기도 파주 헤이리

이토록 다양한 문화와 즐거움이…

가을. 산들바람이 분다. 울렁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면 떠나자. 그렇지만 어디로? 휑한 가슴을 안고 찾아가 예술과 문화의 향기로 가슴을 가득 채우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라면 이 가을에 더할 나위 없는 곳 아닐까.

예술인들이 꿈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가 지금 가을을 맞아 축제판을 벌이고 있다. 굳이 축제가 아니더라도 이곳은 언제든 한 번은 둘러봐야 할 곳. 예술가들의 숨결이 담겨 있어 하나하나마다 독특한 건축물, 다양한 예술체험, 미술전시와 각종 공연…. 좀 멀면 어떠랴.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오가는 길 가을 향기에 취하고 헤이리에서 예술에 취해보자.

헤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다양한 전시회와 박물관, 공연과 체험, 그리고 문화예술상품 쇼핑까지. 다른 곳에선 볼 수도, 경험할 수도 없다.

헤이리의 전체면적은 15만 평. 완공된 건물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발품을 팔아야 한다. 특히 욕심나는 전시회와 공연 등 볼 것도 많고 참여할 프로그램도 많다. 계획을 세워두지 않으면 허둥지둥 이곳저곳 헤매다 나오기 일쑤. 미리 지도를 구해 둘러볼 갤러리와 박물관을 정하고 이를 위주로 최대한 동선을 짧게 짜두는 게 효과적이다. 지도는 헤이리 8번 게이트 옆의 사무실인 커뮤니티하우스나 마을 안의 건물 어느 곳에서라도 얻을 수 있다.

간편한 복장과 편한 신발도 필수다. 햇빛을 가리는 모자도 있어야 한다. 건축물 하나하나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어 마을 회원들의 노력과 열성을 생각하며 둘러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헤이리마을 사무국 윤성택 홍보팀장은 "미리 홈페이지(www.heyri.net)를 방문해 전시회나 공연 정보를 챙긴 다음 다 본다는 욕심보다 꼭 봐야할 곳을 정해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 중에서도 빠트리면 후회할 만한 곳들이다.

▶카메라타=황인용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음악감상실이다. 눈길을 잡는 건 콘크리트 건물. 나뭇결이 그대로 배어있는 벽면이 인상적이다. 창고처럼 보이는 왼쪽 건물은 살림집이고 오른쪽 건물 2층이 음악감상실이다. 음악애호가로 알려진 황인용씨가 자신이 수집한 레코드 1만여 장으로 매일 오전 '해설이 있는 클래식'을 직접 진행한다. 입장료 1만 원을 내면 커피와 녹차를 마시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카메라타 앞쪽의 삼각형 유리건물이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이다. 바이올린의 전신인 '우드' 등 전 세계 70여 개국의 500여 점의 민속악기를 전시해두고 있다. 이곳에선 다른 나라의 색다른 악기를 연주해볼 수도 있다. 북채를 들고 신나게 두드릴 수도 있고 나무로 만든 실로폰의 소리도 감상할 수 있다. 호주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긴 막대악기도 체험해볼 수 있다. 입장료 5천 원을 내면 간단한 차를 제공한다.

▶한길북하우스=헤이리에서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건물이다. 뒤쪽 산의 라인을 품고 나뭇결 무늬를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한길사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서점.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특이하게도 하얀 모자를 쓴 주방장이 통밀빵 조각을 시식하라며 나눠준다. 이상하다싶어 주위를 둘러보면 '아하'하는 감탄사가 쏟아진다. 2층으로 올라가는 사선형태의 복도에다 책들을 빼곡히 꽂아뒀다. 아이들만을 위한 그림책 코너도 갖춰져 있다.

▶북카페 반디=문화공간을 찾아다니다 피곤하다 싶으면 북카페 반디를 찾아가면 된다. 반디는 헤이리에서 가장 작은 레스토랑이다. 테이블도 5개뿐. 독특한 외관의 반디 건물로 들어서면 아늑하다. 책냄새와 커피향, 허브향이 잘 어울린다. 긴 타원형의 벽면을 따라 책들이 가득하다. 음악을 들으며 눈치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 2층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보고 싶지만 생활공간이라 통제된다.

▶딸기가 좋아=쌈지에서 만든 캐릭터 테마공간. 가족여행객이라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단순히 쌈지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섰다가 놀란다. 딸기모양의 모자를 뒤집어 쓸 수도 있고 똥 캐릭터 등을 전시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볼풀장 등 재미있는 공간이 많다. 어른 3천 원, 어린이 2천 원.

▶씨네 팰리스=영화박물관으로 영화광이라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1층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 영화캐릭터가 전시되어 있고 2층엔 오드리 햅번 주연 '로마의 휴일' 영화포스터와 전단지 등 다양한 영화관련 자료들이 많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요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 등 재미나는 전시물들도 즐비하다. 입장료 2천 원.

▶한향림갤러리는 도자기 전문 갤러리다. 우리나라 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현재 근대옹기전이 열리고 있다. 헤이리의 제일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어 전망도 좋다. 인물미술관 93뮤지엄은 국내최초의 인물미술관. 1천여 점의 역사적인 인물초상화가 있으며 춘화와 조각품을 전시한 에로틱아트실도 재미나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헤이리는 어떤 마을?

헤이리 예술마을은 국내 최초의 문화예술공동체다. 1997년 이 마을 이사장인 김언호 한길사 대표 주도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건축가, 음악가, 미술인, 도예가, 영화인 등 예술인 37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마을면적은 15만 평. 이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건축물. 30% 정도의 공사진척률을 보이고 있지만 이곳 건물들은 대부분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가들이 설계했다. 헤이리의 회원자격은 까다롭다. 단순히 돈만 있다고 회원이 될 수 없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자격심사를 따로 한다. 건축물에 대한 규제는 더 까다롭다. 생활공간 외에 반드시 일정규모 이상의 문화예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3층을 넘는 건물을 지어서도 안된다. 담장을 세우는 것도 금지사항. 건물에 페인트 칠을 하는 것조차 막는다.

370여 회원 중 현재 60여 명이 건물을 지어 입주했다. 100여 개의 건물은 설계가 끝나 착공단계에 있다. 2년 내에 대부분의 회원들이 건축물을 완공하면 400여 개의 독특한 문화공간이 들어서는 예술촌이 완공된다. 올해부터는 대부분의 건물 공간을 개방해 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됐다는 것도 매력이다.

■찾아가는 길=대구에서 멀기는 하지만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당일여행으로는 힘든 곳. 1박 혹은 2박 예정으로 다른 곳과 묶어서 여행하려면 승용차가 편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은 헤이리 홈페이지(www.heyri.net)를 찾으면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를 지나면 서울시외곽순환도로가 나온다. 일산 방향으로 접어들어 달리면 자유로와 만난다. 자유로를 이용해 일산 이산포IC를 지나 15분쯤 가면 왼쪽에 통일전망대가 보이고 그 위로 고가도로가 지난다. 이곳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빠지면 성동IC. 이곳부터는 '예술마을 헤이리'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헤이리 1번게이트부터 시작되는데 어느 곳으로 들어가도 상관없다.

사진: 면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아시아의 소리'공연을 관람하는 여행객들. 몽골 음악가가 자기나라 민속악기를 연주한다. 왼쪽 건물은 포슬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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